원주문화재단(대표: 박창호)이 요즘 기존과 다른 운영과 새로운 시도로 들썩들썩한다. 또한, 원주문화의 격조를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0월 8일~9일 진행된 '2023 원주 에브리씽 페스티벌'은 새로운 원주문화의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날씨가 쌀쌀했음에도 노천극장은 만석이었고 끝날 때까지 모두가 즐긴 완벽한 축제였다. 쉬는 시간에 잠깐 빗방울이 떨어졌는데, 빗방울마저 축제를 완벽하게 해주었다. 쉬는 시간이었기에 다행이었고, 우의를 모든 관객에게 제공하면서 우천 대비에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쌀쌀한 날씨에 우의가 몸을 따뜻하게 해 주었고, 모든 관객이 흰색 우의를 입은 모습이 일체감을 주면서 한마음으로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원주에는 또 하나의 대표 축제가 있다. 바로 댄싱카니발이다. 에브리씽 페스티벌은 올해 처음 개최됐지만, 댄싱카니발은 2004년 원주따뚜로 출발하여 올해 20년을 맞이하였다. 2023년 댄싱카니발은 지난 9월에 진행되었고 기존 5일 진행에서 작년부터 3일로 진행하였으며, 올해는 외부 후원금을 전혀 받지 않았고, 투입된 예산도 예년보다 수억 원 줄여 개최하는 등 알찬 축제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에브리씽 페스티벌과 댄싱카니발은 차이가 명확했다. 에브리씽 페스티벌은 행사 전에는 관심을 끌지 못했는데, 행사 후 성공적인 평가가 쏟아졌고, 댄싱카니발은 행사 전에는 말들이 많았는데, 행사 후에는 조용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정치적인 이유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현직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 전직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어떨까? 물론 내빈으로 참석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이 일정에도 없던 본부사무실을 찾아가 공무원들을 격려한다면 어떨까? 의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분명 공무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상황이 원주에서는 자주 발생한다. 이번 댄싱카니발에서도 그런 모호한 상황이 연출됐다. 댄싱카니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시상식을 앞두고 심사점수 집계가 늦어져 모두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늦어진 이유가 전직 높으신 분이 격려차 본부사무실을 방문해 인사하는 바람에 늦어졌다는 후문이다.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높으신 분들이 긴급 복구 현장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것은 분명 민폐이다. 피해복구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높으신 분들의 의전을 무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가급적 방문을 지양하는 것이 관례이다. 물론 댄싱카니발 심사가 재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출연자와 관객들이 심사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 본부사무실을 찾아가 심사를 지연시킨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했다.

 모든 축제에는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 그래서 댄싱카니발도 많은 업체들이 사전 신청을 통해 음식 부스를 운영한다. 음식 부스는 요식업자뿐 아니라 일부 사회단체에서도 운영한다. 음식 부스 운영은 경쟁률이 높다. 축제 방문객이 많다 보니 어느 정도 이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음식 부스 운영 업체 선정을 위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선정한다.

 그런데 당초 심사에서 탈락한 모 사회단체가 추가로 선정된 것이 알려지면서 뒷말이 많다. 이 사실은 해당 사회단체 대표가 자신의 SNS 계정에 "천만다행으로 며칠 후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음식부스에 다시 선정되었다"고 자랑(?)하는 바람에 알려졌다. 

 그렇다면 심사위원회의 결과를 뒤바꿀 수 있는 정도로 큰 도움을 준 분들은 누구였을까? 확인 결과 원주시의회 모 시의원이었다. 시의원이 특정 단체를 위해 심사위원회 결정까지 뒤바꾼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심사위원회의 권한을 무시한 갑질이자 권한 남용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의원에게 압력(?)을 받은 담당자는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댄싱카니발은 행사 전부터 외부의 관심이 많았다. 왜 거리퍼레이드를 하지 않느냐? 행사 진행은 어떻게 하느냐? 무대 구성은 어떻게 하느냐? 등 공개되지 말아야 할 행사 계획에 대하여 공개를 요구하는 시정질문이 많았다. 올림픽 개·폐막식이 철저히 비공개되는 것처럼 축제 또한 그래야 한다.

 그래야 기대감이 있다. 행사의 개·폐막식 계획은 정보공개규칙상 비공개 대상으로 지정되어 있다. 올해 초 원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취임식에서 대표이사의 취임사가 기억난다. "나는 무당(巫堂)이 아닌 무당(無黨)이다." 더 이상 문화에 정치가 개입하지 말기를 바란다.

이공주 시민논객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