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에 특별한 호떡가게가 있다. 매달 호떡을 판 수익금 일부를 10년 동안 소방관들의 복지를 위해 기부를 해왔던 호떡가게이다. 어느 날 소방서 측에서 소방서보다 더 필요한 곳에 기부를 하면 좋겠다며 더 이상의 기부를 받지 않기로 했단다. 이런 대화들을 나누면서 호떡가게 아주머니는 어디에 기부하면 좋겠냐며 호떡을 먹고 있는 나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작년 겨울 호떡가게에 갔을 때 호떡 파는 아주머니에게서 들었던 이야기이다. 호떡 값이 올라도 이런 호떡이면 돈이 아깝지가 않다. 

 지난 9월 9일에는 (사)강원사회적경제연대가 주최한 2023 강원특별자치도 사회적경제 한마당 '소셜드림랜드'라는 행사가 열렸다. 도내 53개의 사회적경제 기업 및 관련 기관이 모여 플리마켓과 체험부스를 운영했는데, 시민들의 소비가 지역사회 내에서 어떻게 사회적 가치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이도록 기획한 행사였다.

 구체적으로는 마켓으로 발생된 매출 5%를 청소년을 위한 심야식당 '밤새라면'에 기부하도록 되어 있었다. 많은 시민이 부스로 차려진 마켓을 둘러보면서 소비를 하는 모습들과 사회적기업인들이 열정으로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모습들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당신들의 판매와 소비가 어떤 가치로 연결되는지를 알고 있었고, 한쪽에 마련된 밤새라면 홍보 부스에 찾아와 응원과 격려를 하고 갔다. 

▲ 밤새라면 부스.

 최근에 그 귀한 5%가 매주 금요일 밤10시부터 익일 새벽5시까지 단계동 장미공원에서 청소년들에게 컵라면과 쉼터를 제공하는 '밤새라면'에 전달되었다. 큰 상이라도 받은 듯 기분이 날아갈 거 같으면서도 모두가 어려운 시기인데 이걸 받아도 되는가 하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원주에는 밤새라면과 같이 거리의 청소년들을 위한 심야식당들이 있는데, 그곳에도 나누기로 말이다. 구슬을 꿰는 실을 그냥 받지만 말고 예쁘게 잘 매듭짓고 싶었다. 

 사회적경제 관련 예산이 91%나 삭감되어서 앞날이 어두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협동과 나눔의 정신으로 사회적경제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그간의 노력들이 한순간에 부정당하는 느낌에 절망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현실에서 밤새라면이 받은 5%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밤새라면이 받은 나눔에서 희망을 찾고 싶었다.

 우리가 힘겹게 추구해왔던 마땅함을 잃지 말자는 응원을 하고 싶어 이 글을 쓴다. 위 두 이야기는 그다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닐 수 있지만, 협동조합의 역사에서 빛나는 별이기도 한 원주에서 협동과 나눔의 정신이 시작되었던 그 열정은 무엇이었는지 근본을 살펴보기에 좋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관계에서 시작한 협동과 나눔의 정신이 위협을 받는다면 관계에서 풀어가는 것이 근본적인 방법이지 않을까?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는 호떡가게나 (사)강원사회적경제연대와 53개의 사회적경제 기업이 함께 연 '소셜드림랜드' 행사는 관계와 관계를 이어 공동체성을 이루는 구슬 꿰는 실의 귀한 이야기들인 것이다. 

 나는 구슬을 꿰는 5%의 기적을 믿는다. 91% 예산이 삭감되어도 관계 안에서 해법을 찾아보면 좋겠다. 문득 독일 나치의 탄압에 이슬이 된 어느 신학자의 한 말이 떠오른다. 

 "공동체를 사랑하면 공동체는 죽을 것이고, 형제를 사랑하면 공동체는 살 것이다."(디트리히 본회퍼 목사)

김동원 길터사회적협동조합 밤새라면 TF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