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서이초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벌써 아홉 번의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10월에도 두 차례의 대규모 집회가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계획되어 있다. 

 9차까지만 해도 연인원 75만 명. 단일직종과 관련되어서 이렇게 대규모로 오랫동안 진행되는 집회는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엄청난 사실은 아홉 번의 집회 주최와 주관 모두 개인이라는 점이다. 같은 뜻을 이어가는 집회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다른 개인이 주최하고 주관했다. 단 한 번도 어떠한 단체에서 관여한 적이 없었다. 교직 최대 3단체인 교사노조, 교총, 전교조 모두 집회에 간신히 초대받아 잠깐 연단에 섰을 뿐이다.

 그렇다면 한 번에 최대 30만 명까지 모였던 대규모 집회는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열리는가? 이전 집회가 끝나면 초등교사 온라인 커뮤니티(인디스쿨)에서 한 선생님이 집회를 연다고 글을 올린다. 그 뒤 많은 선생님의 찬성 의사를 확인하고는 운영진을 모집한다. 서로 누구인지 얼굴도 모르지만 단지 교육을 위해 전국에서 수많은 선생님이 온라인으로 모인다.

 심지어 전국 각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대절버스를 운영하기도 한다. 7차 집회에는 무려 500대의 버스가 운영되었고 버스를 구하느라 진땀을 뺐을 정도이다. 이렇게 집회가 잘 운영되고 나면 앞에서 고생하셨던 선생님들은 다시 교실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최근 전교조에서 조직하고 주도한 집회에서 이런 힘이 모인 적이 있었는가? 전교조 집회는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던 많은 조합원도 이번 집회에는 함께 힘을 모으고 있다.

 어떻게 단체 없이 집회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그것은 서이초, 호원초 등 선생님들의 안타까운 사건들이 교사 대부분에게 '나의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의 일이기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뜨거운 아스팔트의 열기를 버티며 앞장서서 목소리 내며 함께 하는 것이다.

 이번 교사 집회에서도 여러 갈등과 의견조율의 어려움도 있었듯이 개인의 자발성을 바탕으로 한 상향식접근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존의 하향식 접근에서 갖지 못했던 엄청난 힘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엄청난 힘이 전교조에도 잠재되어 있다는 것도 확인하였다. 이번 집회의 특성상 선생님 대부분이 자신이 소속된 단체를 밝히지 않고 운영진으로 활동한다. 조합원인지도 몰랐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함께 했던 분들이 조합원인 경우가 많이 있었다.

 강원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참 많은 조합원이 앞장서서 함께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조합원이란 것을 티를 내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수많은 선생님이 있었을 뿐이었다. 이러한 힘을 봤을 때, 조합원 개개인의 목소리가 전교조의 목소리가 된다면 분명 더 많은 조합원이 함께할 것이다. 

 그렇기에 전교조도 앞으로 더 많은 조합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조합원이 주인으로 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 조직의 시선으로 문제점을 진단해 조합원에게 알리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 개인 시선으로 어려움이 무엇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봐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전교조의 목소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동규 전교조 원주횡성초등지회 조합원/교사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