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나이듦을 향해간다. 전국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이 문제를 논하지 않는 곳이 없다. 고령화 문제는 전세계 선진국 대부분이 겪고 있는 문제다. 미국은 은퇴자협회(AARP)를 통해 중장년 인식개선 사업을 펼치며 '일할 수 있는데 은퇴하는 게 비정상(수퍼 에이지)'이란 말까지 한다.

 일본은 요양보호사와 같은 돌봄 직군 뿐만 아니라 산업인력 부분에도 특정 기능 비자를 만들어 개발도상국 사람들을 대거 받아들이고 있다. 서울에서는 '평생 현역'이란 말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면서 중장년 세대들이 뒷방  늙은이가 되어 소일하기보다는 퇴직 후에도 사회 참여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필자는 작년, 연세대학교 미래대학교 유기봉 교수와 함께 '노인의 일자리 여부에 따른 건강함 정도 분석' 연구를 했다. 시니어들의 축적해놓은 경제적 부유함과는 별개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함을 생각할 수 있었다. 이 연구와 관련해서 서울에서만 여러 번 세미나를 열 수 있었을 정도로 호응이 높았는데, 정작 원주에서는 반응이 없다. 원주시는 인구 감소, 지방소멸, 고령화 사회에서 한발 빗겨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마스터 플랜은 고사하고, 담당자는 있는지, 어떠한 장단기 실행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올 초 신문을 읽다가 춘천의 '골든실버 도시' 기본 계획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필자가 꿈꾸던 시니어가 살기 좋은 중장년 마을 건립과 닮은 부분이 많았다. 수도권 은퇴자의 춘천 이주, 정착 확산 및 춘천 시민화를 위한 단기체류 관광개발 전략이 담겨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생활관광 활성화 사업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 마중물 6억 원을 투입한다. 2024년 은퇴자 콘텐츠 맞춤형 관광개발, 2025년 은퇴자 단기체류 관광 등을 연차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목표다. 춘천만이 아니다. 횡성도 '건중년(굳세고, 건강하고, 튼튼한 중년)'을 선포하고, 나이에 따른 제약없이 일할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2022년 약 3500여 개였던 노인일자리를, 2023년 300여 개 더 늘렸다. 

 고향에서 신중년 서비스인 써드에이지를 창업하고 원주시청을 여러 번 방문했다. 영동 지역은 바다와 산과 같은 자연 관광 자원을 활용해 양양 같은 활력 넘치는 사례를 만들 수도 있지만, 우리 원주는 달라야 할 것 같다며 신중년 세대가 필요로 하는 것에 집중해보자고 제안했다.

 역량 있고 활기찬 수도권 50대 은퇴자들이나 40대 조기퇴직자들이 원주를 방문할 수 있는 인사이트 탐방이 있다면, 강원도내 병원과 편의시설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진 원주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이다. 이 방문객들이 꼭 원주로 이주를 하지 않더라도, 관심과 애정을 갖는 생활인구가 된다면 주말 농장이 되었든, 등산이나 가벼운 여행으로라도 자주 찾는 지역이 될 것이다.

 지역간 교류, 관계 자원이 늘어난다면 가볍게는 로컬푸드를 알리거나 상인들이 탄력을 받을 것이고, 남일처럼 여겨지는 고향사랑기부제도 달라보이지 않겠는가 하고 말이다. 실제로 공주나 여수, 영덕의 청년 마을들은 신중년의 경험 노하우를 담아서 상생하면서도 성장하려는 시도를 막 시작했다. 

 아무리 목청 높여도 되돌아오지 않는 이메일, 전화, 방문에 지쳐 올해 타 지역에서 활발히 세미나와 행사를 진행했다. 서울에서는 '신중년과 지역, 잇다'라는 지역별 사례들을 공유했고, 공주에서는 인구학자를 초대해 '시니어와 지역, 새로운 길 탐색'이란 관점을 나눴다. 다가오는 10월 27일에는 세종에서 '2023 재도전 포럼, 지방시대 지역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다' 포럼이 열리는데, 원주시청에서 참여하는 담당자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는 행정안전부가 주최하는 '다시 활짝' 사업의 일환이다. 올해부터 해당 지역활력 사업에 민간자문위원으로 일하면서 대구시와 제주도를 포함한 17개 크고 작은 지자체가 철저히 준비하여 응모하고 실행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원주시민으로써는 왜 아무 부처나 팀도 지원하지 않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초고령화 사회라는 정해진 미래에 대처하려면, 갖가지 실험을 하더라도 혁신이 가능할까 말까인데 말이다. 
얼마나 바쁜 원주시청인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7월 원주시가 드디어 은퇴자 전입 상담창구를 열었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인구구조 통계 및 추세를 직시하고, 시니어들의 활력있고 건강한 삶을 위한 정책이나 사업을 준비해보자. 현재 시민도, 앞으로 찾아올 시민도 행복할 것이다.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