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음식에 맛있는 술 한잔을 마시고 나면 이 음식과 술의 궁합이 좋다거나 페어링이 좋다는 표현을 종종 한다. 술과 음식의 짝 찾기는 서로의 맛을 극대화시키고 조화로운 풍미를 더해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찾아가기 위해선 향, 질감, 온도 등 모든 것에 관심을 기울여 서로 어느 것에 잘 어울리는지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러한 페어링 원리를, 콘텐츠를 소비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원주의 소규모 로컬브랜드들과 접목시켜 보았다. 그것은 좀 더 브랜드(창작)에 친밀한 방식으로 설계하였다. 단순히 결과물만 보고 그것을 사고 또는 SNS상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에서 벗어나 그 브랜드의 가치관과 정체성, 방향성에 좀 더 깊이 공감하며 그 다음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정하였다. 이러한 방향성은 로컬브랜드(창작), 로컬크리에이터의 지역 소비방식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했다. 

 페어링 프로젝트는 나다움의 힘을 가지고 움직이는 사람들, 원주에서 자기 브랜드(창작)를 만들어가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었다. 그들은 일러스트레이터, 가드너, 그로서리, 사진, 도자기, 디자이너, F&B 등 다양한 장르에 포진해 있었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명확하게 만들어나가면서 수많은 팬층이 두텁게 쌓여 있었다. 나의 행복과 성장을 위해 소비하는 가치소비자가 확산함에 따라 이런 팬들의 영역이 확장되는 것으로 보였다.

 로컬브랜드는 소비적 측면 외에도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나다움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철학을 만들어 움직이는 사람들은 나, 우리, 마을, 지역 등 다양한 가치를 소재로 활동과 관계를 맺는다. 그들이 모인 마을과 지역은 하나의 장면으로 남는다. 이것이 문화가 되고 도시브랜드로 된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도시와 로컬브랜드의 파트너십이라 생각한다. 서두에 예시로 썼듯이 서로가 관심을 기울여 어떤 향을 가졌는지 어떤 질감을 가졌는지 어떻게 서로 어울리며 상생할 수 있는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우선 우리는 작은 시도로 도시 속 오래된 마을에서 전시콘텐츠 방식으로 페어링 프로젝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매달 작은 구옥에서 서로 다른 장르의 브랜드를 엮어 로컬페어링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를 열어 우리 도시의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우리 지역사회도 조화로운 즐거움을 위해 서로 관심을 기울여 서로 어느 부분에 잘 어울리는지 찾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