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감영 달빛여행
 원주문화원은 지난달 1,2일 이틀간 '2023년 강원감영 달빛여행'을 진행했다.  '달빛여행'이라는 이름처럼 달이 환히 뜬 저녁 시간에 열린 지역 전통 행사다. 청사초롱 만들기, 달빛 품은 이색다방 등 체험 프로그램을 비롯해 달빛 버스킹, 강원감영 국악예술단과 생활문화예술동아리의 공연, 제5대 인열왕후 선발대회가 주요 프로그램으로 운영됐다.

 강원감영은 관찰사가 정무를 보던 청사로 1395년(조선시대 태조 4년) 원주에 설치되었다. 조선시대 감영 중 원형이 가장 잘 남아있는 문화유산으로 지난 2002년 문화재로 등록된 데 이어 현재까지도 우리나라 관아 건물의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강원감영은 지역의 축제 및 프로그램 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평소 상시 개방을 통해 시민들을 환대하고 있다.

 

 제5회 인열왕후 선발대회
 올해도 제5회 인열왕후 선발대회가 강원감영 달빛여행의 부대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원주 출생 왕후인 인열왕후의 삶을 기리고자 매년 개최하고 있는 행사다. 원주에 거주 중인 만 16세 이상 여성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단 인터뷰 등 다양한 심사를 거쳐 최종에는 인품이 너그럽고 지혜로우며 아름다운 내면을 갖춘 사람이 왕후로 선발된다. 올해는 참가번호 2번 김민경씨가 5대 인열왕후에 이름을 올렸다. 

 인열왕후 선발대회와 같은 행사는 원주시 외 다른 곳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정순왕후 선발대회(1998년), 세종대왕 소현왕후 선발대회(2019년), 소서노 여대왕 선발대회(2021년), 선덕여왕 선발대회(2021년) 등이 있다. 영월 단종문화제 정순왕후 선발대회는 올해 23회를 맞이할 만큼 역사가 깊다. 지난 2017년부터 진행된 대한민국 한복모델 선발대회 또한 선발대회라는 유사한 방식에서 이들 대회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이 중 인열왕후 선발대회는 원주의 역사 인물을 지역민과 연결하고 한복이라는 콘텐츠를 입혀 창작한 문화행사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한복모델 선발대회 등의 대형 행사가 '한복' 이라는 단일 콘텐츠로 진행된 행사라면 인열왕후 선발대회는 '지역성'과 '사람'을 중심으로 고안된 행사다. 지역문화를 [지역성(공간)-사람(인재)-콘텐츠]로 해석할 경우, '강원감영(원주)-인열왕후(역사 인물)-한복'이 매칭돼 새로운 지역 문화를 생성해낸 사례라고 여겨진다. 
그런 의미에서 인열왕후 선발대회는 향후 역동적인 변화가 좀 더 기대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지역성'과 '사람'을 밑바탕으로 두고 그 위에 콘텐츠만 변형하면 얼마든지 변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복 브랜드를 다층적으로 해석하여 한지 문화와의 결합 등을 모색해 전통의상, 의류 콘텐츠를 개발하여 역사적 인물을 다양하게 확장하는 행사가 되면 어떨지 싶다. 지역과 인물이라는 역사성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지역문화 콘텐츠를 발굴하여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민국 한복모델 선발대회의 진정성을 인열왕후 선발대회와 연결지어보면 어떨까. 최근 ㈜팀크로우에서 원주의 역사를 리브랜드하는 작업을 거쳐 다양한 전시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역사적 사실과 지역의 특산품 등 원주의 역사·지역성을 현대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는 가히 매력적이다.

 이처럼 지역축제가 콘텐츠의 확장 및 연결로 이뤄지며 풍성해지길 바란다. 인열왕후의 삶을 기리는 방식이 지역 고유의 콘텐츠와 긴밀히 밀착될 때 보다 뚜렷한 정체성과 가능성을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앞으로도 지역이 함께 고민해 인열왕후 선발대회와 같은 지역 프로그램이 보다 역동적으로 변모하길 기대해 본다.

박해명 원주문화원 문화소통기자단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