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甲은 A토지 지상에 공장부지를 조성하는 공사를 수급인 乙에게 도급하면서 공사구간 중 비탈면에 대하여는 전석(발파석)쌓기 방식의 석축을 시공하도록 하였고, 乙은 甲이 요구한대로 석축을 시공하는 등 위 공장부지 조성공사를 완료하였다, 그런데 이후 시공된 석축이 처음부터 공법선정이 잘못되었고(전석 쌓기 방식의 석축으로는 토압 및 하중지지가 불가능), 그 시공 또한 부실하여  시공된 석축을 철거하고 콘크리트 옹벽으로 재시공하는 전면 보강공사가 필요한 것으로 감정되었다. 甲은 乙에게 위 석축의 하자를 이유로 보수에 필요한 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을까?

 A. 도급계약에서 완성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 그 하자가 도급인이 제공한 재료의 성질이나 도급인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면 수급인은 담보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다만 그 경우라도 수급인이 그 재료나 지시가 부적당함을 알면서 이를 도급인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면 수급인은 담보책임을 부담합니다(민법 제669조).

 판례는 "건축도급계약의 수급인이 설계도면의 기재대로 시공한 경우, 이는 도급인의 지시에 따른 것과  같아서 수급인이 그 설계도면이 부적당함을 알고 도급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아닌 이상, 그로 인하여 목적물에 하자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수급인에게 하자담보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95다24975)."고 하였고, 최근 이 사건의 경우와 유사한 사안에서 "공사계약의 약정 내용에 따라 해당구간에서 전석쌓기 방식의 석축을 시공한 경우 이는 도급인의 지시에 따른 것과 같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렇지만 수급인은 토목 및 건축 공사의 전문가로서 도급인의 요구와 상관 없이 비탈면 공사를 위한 석축의 안전성, 견고성, 적합성 등을 판단하여야 할 기본적인 의무가 있고, 설령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해당구간에 전석 쌓기 방식의 석축을 시공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하더라도, 수급인은 이를 그대로 수용하여 계약을 체결할 것이 아니라 그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여 해당구간에 콘크리트옹벽 또는 보강토 옹벽이 아닌 전석 쌓기 방식의 석축을 시공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판단되었다면, 도급인에게 알려 이를 바로잡았어야 한다.

 그런데 수급인은 해당 구간에 전석 쌓기 방식의 석축을 시공하는 경우 토압 및 하중지지가 불가능하여 석축의 안전성을 신뢰할 수 없어서 위 석축시공이 매우 부적당함을 알면서도, 도급인에게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채 전석 쌓기로 석축을 시공하였다고 보이므로 이에 대하여 하자담보책임을 진다고 봄이 타당하다(2014다31691)."고 판시하였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乙이 위 석축시공이 매우 부적당함을 알면서도, 甲에게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채 전석 쌓기로 석축을 시공하였다면 甲은 乙에게 보수에 필요한 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급인으로서는 도급인이 잘못된 공법이나 자재 사용을 요구할 시 해당 지시에 관한 위험성과 부적합성을 충분히 고지했다는 증거 자료를 확보함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