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사회적경제 관련 예산 3천억 원을 삭감하겠다고 지난 8월 말 발표한 이후 전국적으로 사회적경제 관련 기업과 조직들은 비상이 걸렸다. 사회적기업 관련 예산은 60%, 협동조합관련 예산은 90% 가까이 삭감된다고 한다.

 9월 중순 강원특별자치도에서 도내 18개 시·군에 공문을 발송하여 재정지원이 2024년 8월까지만 단계적으로 지원되고 그 이후에는 전면 중단된다고 안내하였다. 그 이후 원주시에서도 32개의 사회적기업에 재정지원(인건비 지원 중심)이 중단될 것임을 안내하는 메일이 기업들에게 발송되었다. 빠르면 올해 12월 말까지이고, 늦어도 내년 8월까지만 지원이 될 것이다. 

 예산 관련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내년 정부의 예산 삭감은 사회적경제 뿐만이 아니라, 각종 영역에서 특히, 서민과 취약계층과 관련된 예산이 삭감되고 있어 문제이다. 원주투데이 지난 9월 25일자에 실린 독자마당에는 발달장애인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었다면서, 장애인부모연대 대표의 글이 실렸다. 발달장애아들이 지난 9월 15일 서울 국회 앞에서 집회를 하고 온 사연을 담았다.

 그 외에 대학의 연구관련 예산 삭감, 귀농·귀촌 예산도 삭감될 전망이다. 내년 세수가 60조 가량 부족할 것이라고 한다. 부자 감세에 따른 세수 부족을 서민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내년의 예산 삭감 문제는 사회적경제만의 문제를 넘어서 전체 서민 경제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지역 차원의 공동 행동을 준비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다시 본래의 사회적경제 예산 삭감의 문제로 돌아와서 보자면, 정부의 재정지원(사회보험료, 사업개발비 포함) 중에서 특히, 인건비 지원이 중요한데 인건비 지원의 분포는 중앙정부 75%, 강원특별자치도 17.5%, 원주시 7.5%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중앙정부의 예산이 중단되면, 강원특별자치도나 원주시는 자체적인 의지를 가지고 예산을 세우지 않는다면,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인건비 지원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120여 명의 취약계층 중심의 일자리는 사라지는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원주시는 자체적인 시책사업으로 사회적경제 관련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원주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사업 하나뿐이다. 원주시는 경제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기업이 사업을 잘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게 하는 것이 주요 시정의 방향이다.

 그래서 중소기업지원센터도 지하상가 협동광장에 올해 새로 설치해서 시민의 접근성을 높였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적경제도 경제의 한 축이고, 사회적기업은 고용 시장에서 일자리를 확보하기 힘든 (준)고령자, 장애인,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이 주로 일자리를 얻어 자신의 근로로 자신의 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기업이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기업의 일자리 120여 개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기업을 운영하다보면, 한 사람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은 그 기업의 무형의 풍토가 바꾸게 된다. 

 필자가 인건비 지원이 중단되게 될 사회적기업 10개 정도를 만나보니, 기업의 중장기 계획이 무너지게 된 것을 가장 크게 걱정하였다. 더 나아가 시회적가치를 표방하며 어렵게 돈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며 돈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경제의 또 다른 가치를 표방한 지난 시간이 인정받지 못 한다는 자괴감, 그리고 경제의 다양성이 무너지면서 오로지 이윤 중심의 시장 질서만이 남게 된다는 허망감이 이번 예산 삭감의 국면에서 많은 사회적경제 기업이 가지게 되는 심정이다. 자존심의 상처를 입게 된 것이다. 

 이에 우리는 두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첫째는 우리 사회적경제 기업 스스로가 이런 외부의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자립의 구조를 이제부터라도 하나 둘씩 만들어 가는 것이다. 캐나다 퀘벡의 샹티에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지난 40년 가까이 유지하면서 새로운 협치의 모델을 만든 것처럼, 우리 원주의 사회적경제 기업들도 이런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원주시는 120여 명의 일자리를 보존하는 대책을 민간과 함께 모색하는 테이블을 구성해야 할 것이다. 외재적 발전보다는 내재적 발전을 위한 사회적경제의 가치를 이해하는 자리로 이번의 예산 삭감 국면을 바라보고 함께 해결하는 모델을 만들기를 요청하며 기원해 본다. 

박준영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이사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