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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치악산' 논란

원주시는 문화예술을 지휘 감독하는 기관이 아니라 분야의 의견을 경청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관의 결정과 다른 의견을 정치적 경쟁으로 인식해선 안 된다 김형종 연세대 미래캠퍼스 국제관계학과 교수l승인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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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치악산'이 논란이다. 김선웅 감독이 1980년 치악산 살인사건 괴담을 소재로 영화 '치악산'을 제작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영화 '치악산'이 지역 이미지 훼손과 지역 상품의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부정적 여론이 원주시를 중심으로 생성됐다. 원주시의회도 9월 4일 영화 '치악산' 개봉 중단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채택했다. 치악산 농특산물 생산에 관련된 농업인의 피해와 치악산을 찾는 관광객과 불교 신도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9월 7일에는 원주시이통장연합회 등 14개 단체가 집회를 갖고 영화 개봉 중단을 촉구하고 영화 제작사를 규탄했다. 집회 참석자는 "원주 치악산과 관련한 어떤 내용이나 화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제목과 소재로 치악산을 사용하는 등 단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 영화 제작사를 규탄했다"(본지 9월 11일 보도). 

 영화 '치악산' 제작사 측의 노이즈 마케팅 의혹도 논란이 되었다. 영화감독이 토막난 시신이 그려진 영화 포스터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하며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라는 비판이 불거졌다. 사용된 이미지의 부적절성이 지적되자 감독은 '비공식 포스터'가 혐오감을 불러온 점에 대해 사과했다. 

 영화사 측이 원주시의 영화 제목 변경 요구를 거부하자 결국 사안을 법정으로 가져갔다. 원주시와 대한불교조계종 구룡사, 원주축산업협동조합, 원주원예농협협동조합, 농업회사법인 금돈 등이 영화 제작사 도호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진행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원주시의 의견과 달랐다. 법원은 9월 12일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영화의 내용이 명백한 허구의 내용으로 치악산이 배경이라는 이유만으로 치악산의 명성이 훼손된다거나 부정적인 인상을 준다고 예측할 수 없다고 봤다. 아울러 치악산 상표 가치 훼손 우려와 관련해서도 "원주시나 시민의 인격권이나 재산권에 중대하고 현저한 손해를 볼 우려가 있다는 점이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영화 '치악산' 논란 과정을 다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지역 이미지 훼손을 우려하는 지역 여론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원주시가 나서서 법적 대응을 취한 것이 적절한 대응이었는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예술 작품에서 특정 지역이 실명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무수히 많았다. 그렇다고 허구의 창작물 내용을 현실과 혼동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관련 지역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고 인지도가 올라가는 일이 흔하다. 적극적인 관광 상품 개발과 홍보의 계기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원주시의 직접적인 법적 대응은 표현의 자유와 상충될 수 있으며 영화사 측의 노이즈 마케팅에 기여할 가능성도 있다. 

 논란 끝에 개봉된 영화 '치악산'을 다룬 한 언론 기사를 인용하자면 "다행인 점이라면, 원주시는 '치악산'으로 이미지 훼손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치악산을 배경으로 두지만, 치악산의 특징이라든가 인상을 뚜렷하게 담아내지 않았다. '치악산' 영화를 보고 치악산에 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예기치 못한 논란도 발생했다. 일부 언론이 아카데미 극장 철거에 반대하는 이들이 영화 '치악산'에는 침묵하고 있다고 제보를 바탕으로 기사를 게재했다. 현재 원주에서 진행되는 문화예술을 둘러싼 논란이 시민들을 편 가르고 있다.

 아카데미 극장은 민선 8기 시정 출범을 계기로 보존사업에서 갑자기 철거사업으로 전환되었고 그 과정에서 의견 수렴과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적잖은 문제와 논란을 초래했다. 급기야 철거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고 석면 철거 과정에서도 안전조치가 미비된 문제가 발생했다. 문화예술의 영역에서 신중하게 검토되고 숙의되어야 할 사안이 정치적 갈등으로 변화되고 있다. 

 영화 '치악산'과 '아카데미 극장'에 대한 의견 차이가 정치화되고 상대를 부정하는 상황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원주시는 문화예술을 지휘 감독하는 기관이 아니라 분야의 의견을 경청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관의 결정과 다른 의견을 정치적 경쟁으로 인식하고 이들의 진정성을 부정하는 것은 민주주의 위기의 신호이다.


김형종 연세대 미래캠퍼스 국제관계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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