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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밖 아카데미' 100일이 남긴 것

최은지 텐트 밖 아카데미 팀장l승인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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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데미극장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노란 텐트를 펼치고 앉아 극장을 바라본 지 9월 13일로 100일이 되었다. 다들 처음 텐트를 열 때는 이렇게 길게 있을 줄 몰랐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생각했기에 <텐트 밖 아카데미> 프로그램 운영을 맡았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보자고 호기롭게 시작했던 것이, 올해 여름이 이렇게 더울 줄 누가 알았겠는가.

 

 

 문화를 문화로 지킨다
 텐트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최대한 많은 사람이 쉽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텐트에서는 재미있는 일이 자꾸 벌어져서, 사람들이 '소용없는 짓' 한다고 혀를 차며 지나는 곳이 아니길 바랐다. 

 장이 서는 날에는 '아카데미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했다. 원주에서 활동하는 여러 분야 활동가들과 원로분들을 초대,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보라'는 프로파간다 최지웅 대표님이 들려준 아카데미극장과 영화 포스터 이야기이다. 대표님이 정성스럽게 모은 영화 포스터들도 무척 신기했고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70-80년대를 생생하게 들어볼 수 있었다.

 또 한가지 나에게 묘한 경험을 하게 해준 프로그램은 '금요극장'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감독의 작품이나 아카데미극장에서 촬영한 단편 영화들을 상영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시작한 '금요극장.' 극장을 앞에 두고 텐트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 현실에 화가 나기도 하고, 반드시 지켜내 극장 안에서 이 작품들을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버블쇼, 풍선아트, 아카데미극장 색칠놀이를 진행했을 때는 조용하던 원도심이 시끌벅적했다. 더운 날씨에도 즐겁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뿌듯했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텐트 밖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데에는 특별한 자격도 장벽도 없었다. '아카데미 어셈블'은 아이와 함께 텐트를 찾았던 한 시민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 게임>에 등장하는 인피니티 스톤에서 착안하여, 여섯 가지 주제로 원주를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극장 철거를 막고자 펼친 텐트였지만 막상 그 안에 모인 사람들은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텐트 밖 아카데미가 만든 수많은 인연
 아이, 청년,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텐트를 찾았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극장에 얽힌 각자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그들이 전해준 응원과 지지는 텐트를 지키는 아친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서울, 인천, 강릉, 대구, 부산, 전주, 제주까지 전국 각지에서 온 지지방문이 40여 팀이다. 제각각 다른 곳에서 다른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지만 아카데미극장을 본 이들은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한다. "원주 아카데미극장은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면 안 될 가치 있는 건축물이자,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텐트 밖 아카데미>가 100일을 버텨올 수 있었던 힘은 시민에 있다. 텐트를 지키고 앉아 있으면 미안함과 고마움 가득한 얼굴로 시원한 음료를 들고 오는 시민분들도 있고, 피켓팅을 하고 있으면 택시, 버스 기사님들도 클락션을 울리며 응원을 보내주신다. 

 텐트 밖 아카데미는 단순한 시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시민들이 얼마나 '문화'를 지키고 싶어하는가에 대한 의지, 그에 따른 자발적 참여와 행동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가 되었다. 

 오는 9월 23일, 아카데미극장은 60주년을 맞는다. 아친은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60년의 시간을 지나 현재까지 굳건한 아카데미극장. 지금은 비록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지만, 극장 보존과 재생을 원하는 시민들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시민행동은 계속될 것이다. 노란 텐트에서 지낸 한 계절 동안 아친들은 더 단단해지고 더 넓게 연결되었다. 101일이 되는 내일도 여전히 텐트는 극장 앞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최은지 텐트 밖 아카데미 팀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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