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월군이 관광도시로 이름을 높이게 된 동강 래프팅. (사진 제공: 영월군)

'관광만이 살길이다.' 필자가 처음 공직에 입직했던 1992년 무렵 영월군의 군정 최우선 과제였다. 공직자들도 대체로 공감하고 영월을 관광도시로 만들기 위하여 부단하게 노력했다. 관광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뿐만 아니라 영월을 들어오는 군의 경계에는 문화유산을 안내하는 입간판을 설치하고 꽃길을 조성하는 일에 모든 부서 직원들이 함께 나섰다. 

영월군에서 다른 자치단체처럼 그럴싸하고 멋진 군정목표 대신 '관광만이 살길'이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정한 것은 당시 영월군이 처한 위기의식 때문이다. 과거 영월은 질 좋은 석탄과 세계 최대의 대한중석 상동광업소,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건설된 영월화력발전소 같은 산업시설이 있어서 일자리가 많고 경제가 풍부했다. 돈이 잘 도니 전국 각지에서 일터를 찾아 노동자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을 위한 서비스업이 발달했다. 

지금은 폐허가 된 대한중석 상동광업소가 있던 상동읍 구례리는 한때 서울 못지않을 정도로 재화가 풍부한 번화가였다. 험준한 산지인 구례리의 작은 개천 양옆에 들어선 사택과 시장들은 좁은 협곡이라는 지형상 번듯한 건물은 없었지만 집집마다 피아노가 소리가 들릴 정도로 부유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상동 광업소 내에 있는 극장에서 '번개 아톰'을 보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렇게 광업으로 풍요를 누리던 영월이 석탄과 중석 광산이 폐광되고 영월화력발전소 마저 문을 닫으면서 인구는 썰물 빠지듯 줄었다. 주요 공산품의 소비처인 서울 경기와 거리가 멀어 물류비용 때문에 공단을 조성해도 입주하는 기업이 많지 않았다. 폐광되기 전 10만을 훨씬 넘던 인구가 줄어 5만 선이 무너지자 영월군의 공직자들이 위기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군정 목표가 '관광만이 살길'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머릿속에 광업도시로 각인된 영월이 관광도시로 탈바꿈하기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관광도시가 되려면 휴가를 앞두고 여행지를 고민하는 국민들의 머릿속에 도시 이미지가 떠올라야 되는데 영월군의 노력만으로 전 국민의 인식을 바꾸는 것은 짧은 기간에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영월군이 관광도시로 알려진 것은 우연한 일이었다. 1997년 경관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동강 상류에 영월 동강을 댐 건설 예정지로 지정하자 영월군민들과 환경단체들이 반대했다. 2000년 6월5일(환경의 날)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동강댐 백지화를 선언해 댐 건설 계획을 취소할 때까지 동강댐 반대 운동은 주요 언론에 등장할 정도로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다. 아울러 동강의 아름다운 경관도 함께 알려졌다. 필자는 1993년 문화재청에서 주관하는 일본 연수에서 돌아오던 중 기내지 'MORNING CALM'에 실린 동강 어라연에서 래프팅을 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보고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한 적이 있다. 돌아와서 사무실 동료에게 사표내고 래프팅 사업하자는 농을 건네기도 했다. 

1995년 무렵부터 동강댐이 계획됐던 동강 상류에서 상업적인 래프팅 체험이 시작되었고 래프팅을 즐기려는 인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래프팅 사업에 대한 법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여서 대형 천막을 치고 보트를 띠우는 래프팅 체험 사업자들이 강변을 채웠다. 영월을 찾은 관광객이 100만을 넘어서는 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래프팅을 체험하러 온 사람들은 장릉과 청령포를 찾았고 보리밥집과 골뱅이 해장국집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영월군 공직자들과 군민들이 꿈꾸던 '관광도시'가 된 것이다. 

지금 영월은 제법 알려진 관광도시가 되었다. '코로나'로 중단되긴 했지만 영월로 수학여행 오는 학교도 제법 많았다. 래프팅이 영월을 관광도시로 알린 기제가 되었지만, 지금 영월을 찾는 관광객들은 래프팅 때문에 영월을 찾는 것은 아니다. 관광도시가 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애써 가꾸었던 문화유산과 30여 개소가 넘는 박물관을 보유한 '박물관 고을'이라는 도시 이미지, 천혜의 자연경관 모두가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머물게 한다.      

원주시도 관광도시를 지향한다. 지난 7기 민선 원주시정에서는 관광을 주요 시정 목표로 정하고 전국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2개의 관광부서를 설치하기도 하였다. 8기 민선 원주시정에서도 관광도시를 지향한다. 원주는 무엇으로 관광도시가 되어야 할까? 국민들이 여행지를 고민할 때 원주를 여행 대상으로 떠올릴 수 있게 할 만 한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여행지를 선택할 때 자신이 일상을 영위하는 도시와 다른 지역을 꼽는다. 바다에 사는 사람은 산으로, 반대로 내륙에 사는 사람은 바다를 선호한다. 자연환경 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와 다른 차별된 무엇을 경험하는 것이 여행의 매력이다. 원주는 무엇이 다를까! '관광도시 원주'가 되려면 원주의 특별함, '원주다움'을 고민해야할 때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박종수 전문기자(전 원주시 학예연구관)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