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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자수장 김기순 명인

"문화재·자수 알릴 수 있어 보람" 궁중수 명장에게 기법 전수…도 무형문화재 지정 임유리 시민기자l승인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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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 전통자수장(傳統刺繡匠)이 강원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 종목으로 신규 지정됐다.

 이와 함께 김기순 명인이 전통자수장 국가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로 인정됐다. 강원도 무형문화재 원주 전통자수장이 된 김기순 명인은 한국전통자수와 매듭의 장인이다. 2007년 강원도관광상품 공예대전에서 '향주머니와 향낭핸드폰고리'에 원주 시목인 은행나무 문양을 새기고 시화인 장미 아로마를 넣어 매듭규방공예 최초로 입선을 하기도 했다. 현재 전통자수 후계 양성에도 매진하고 있다.

 지난 1990년 전통 자수에 입문한 김기순 명인의 작업실은 화려한 색실과 작품들로 가득했다. 처음부터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마치 그녀가 수놓은 대표적 작품 중 하나인 지광국사탑비같은 인생을 살았다. 아름답지만 슬픈 지광국사탑의 짝인 지광국사탑비처럼 묵묵히 자리를 지켰던 것. 가녀린 여성의 몸으로 가장 대신 가장의 역할을 맡아 책임을 다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중산층의 가정에서 사랑받는 막내로 태어난 그녀는 결혼을 하면서 기존과 다른 인생을 살게됐다. 결혼하고 임신을 했으나 남편이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 이 사실을 알면서도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출산을 마쳤다. 이후 남편은 건강을 찾았지만 아이를 돌보면서도 시어머니를 부양하며 생계를 책임져야했다. 여성스럽지만 내면과 인내심이 강한 그녀는 이러한 현실을 받아냈다. 그러다보니 설상가상 본인도 자궁에 이상이 생겼지만, 아들과 함께 기도하며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규방공예의 길에 들어섰다.

 엄마와 같은 존재인 친언니와 형부가 은퇴를 하면서 함께 매듭사업에 동참하며 규방공예의 문이 열린 것. "부업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잘 맞지 않는다고 하니 항상 엄마처럼 저를 생각해주는 친언니가 작가의 길로 가라고 응원해줬어요."

 작가의 길로 가기 위해 배우는 일은 어마어마한 비용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게됐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처럼 고(故) 이현향(1925~2014)선생을 소개받았다. 

 이 선생과의 만남은 마치 빛과 같았다. 고집스러워 보인다며 후한 점수를 준 이현향 선생은 김 씨를 후학으로 받아들였다. "이현향 선생님은 저를 딸같이 생각해주셨어요. 아낌없이 가르쳐주시고 베풀어 주셨지만 저의 어려움을 아시고 10원 한 장 요구하신 적 없고 오히려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셨어요.저도 이렇게 받은 것을 제자들에게 물려주고 싶어요."

 김기순 명인은 1998년부터 궁중수 명장인 이현향 선생에게서 기법을 전수받았다. 이현향 선생의 기법은 여러 가닥의 명주 푼사를 꼬아 자수한 후 금사(金絲)로 수를 놓는 독창적인 자수 기법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기법이다. 1994년 국내최초 궁중수 명장에 올랐던 궁중수예의 대가로 88서울올림픽 오륜기를 제작하는 등 우리나라 전통자수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였다. 지금은 김 명인이 그 맥을 잇고 있다.

 2016년에는 원주역사박물관에서 이현향 선생과 김기순 명인의 전시회도 열었다.'영친왕비 후수'와 이현향 명장의 '미인도 자수' 등 20여 점을 선보인 바 있다. 이 때 처음 자수로 시도했던 지광국사탑비(국보 제59호) 문양은 원주 문화재를 자수로 표현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는 작품이었다.

 "비석문양을 자수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문화재와 자수를 함께 알릴 수 있어 자부심과 보람을 느꼈죠"라고 김기순 명인이 말했다.

 지광국사탑비는 고려 지광국사가 세상을 떠나자 사리를 모시기 위해 세운 지광국사탑과 짝을 이루는 유물이다. 거북모양 받침돌 위에 비석을 세우고 왕관 모양 머릿돌을 얹고 지광국사의 행적과 공적을 담은 글을 새겼다. 짝인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은 근·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석탑이다. 원주, 명동, 오시카, 경복궁, 대전을 거쳐 형태를 유지해오다 복원이 되어 얼마 전 112년만에 귀향해 원래의 자리인 원주로 돌아왔다. 원주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에서 김기순 명인의 작품과 원주의 유물을 만나볼 수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임유리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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