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문화란 무릇 경제적 가치보다는 사회적 가치로 평가되는 일이니,  하루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특히 지역사회의 문화는 어떤 시각에서는 소박할 지 모르지만 면면히 이어오는 주민들의 생활상과 직결되어 있고, 시민들의 정서가 담겨 있는 것이라 소중하다.

 지난 8월 8일 TV 방송을 보고 새삼 걱정이 생겼다. 공무원과 시민이 서로 몸싸움을 하는 장면을 목도하니 마음이 착잡해진 것이다. 관,민 할 것 없이 협력을 잘하고, 함께 자유민주사회를 지향하며 선도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원주시에서 갑자기 구시대에 경험했던 극한 대립의 기운을 드러내는 모습에 놀라움을 넘어 우려를 금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지 않아도 수년 전부터 아카데미극장 보존 문제는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 왔었다. 보존과 철거 양쪽 의견이 각자의 관점으로 연구와 주장이 있었고, 양쪽의 주장은 일리가 있어 보였다. 결국 지역 문화를 지키자는 시민들의 요구는 말을 넘어서 거액의 모금으로 이어졌고, 이를 기반으로 원주시와 시의회가 보존을 결정하고,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까지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에 하나 더 늘어날 '원주에 사는 즐거움'을 기대하던 참이었다.

 새 지방정부의 문화정책이 그 극장의 철거일 줄 생각하지 못했다. 드물지만 때로 정책은 변경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사실 발견이나 더 합당한 논리에 더해, 시민의 전폭적인 동의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일 것이다. 다만 처음 수립하는 정책과는 달리 더 심도있는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문화정책의 경우, 장차 향유할 시민의 정서는 필수적일 것이다.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급하면 체한다. 

 중앙정부의 지원금을 반납하면서까지 정책변경을 하려면 더 많은 논의와 대화가 필요하다. 사회문화적 가치는 길게 보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 시민의 공간은 시민의 것이다.

 아카데미극장 보존과 철거를 주장하는 양측 모두 원주의 발전을 이야기한다. 원주의 발전이라는 지상과제에 네 편, 내 편은 없다. 아카데미극장 보존과 철거 중 어느 것이 원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느냐를 논의해야 한다.

 강제집행은 물리적 충돌만을 만들어 낸다. 필요한 것은 대화와 토론이다. 필요한 것은 민주적 거버넌스다. 민주적 거버넌스의 가장 큰 장점은 함께 결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것이다. 시민들과 함께 시정의 무게를 나눠가졌으면 한다. 시민들에게 손을 내밀어 힘든 결정을 함께 하고, 함께 책임지자고 할 필요가 있다.

 원주의 문화적 자원인 아카데미 극장을 지키기 위한 청년 문화인들에게도 더 귀 기울여 주었으면 좋겠다. 현 시정에 반대된다고 생각하는 분들과도 민주적으로 대화하고 함께 손을 맞잡는다면 원강수 시장의 민선 8기가 더욱 넓어지고 단단해질 것이다. 부디 아카데미극장 문제가 강제집행이 아닌 함께 논의하고 책임지는 거버넌스의 과정으로 전개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란다. 강제집행이 아니라 대화와 토론이 필요한 때다.

 바라건대 정책결정자인 원주시장과 원주시의회 의장은 모금까지 하며 간절히 소망하는 시민들과 더 충분히 대화하시라.

최현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