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여름, 전 세계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중국 신장과 미국 데스밸리에서는 52℃가 넘는 폭염이 발생하는가 하면 1년 치 비가 하루에 내리는 재난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우리나라도 폭염경보가 제일 높았던 2018년에는 40일 가까이 폭염에 시달렸다. 가까운 홍천은 41℃를 기록했다. 

 여름 들어 수시로 울리는 재난경보는 32℃를 가리키고 있다. 이런 날씨에 물놀이장은 가족들이 함께 놀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한다. 원주에도 일곱 곳에 도심 물놀이장을 개장했다. 그런데 이 물놀이장이 '최상의 물놀이장일지? 최악의 물놀이장일지?'는 모를 일이다. 놀이터 바닥은 천연고무나 폐타이어를 조각낸 고무칩으로, 액상 성분의 접착제와 경화제를 섞어서 바닥에 포장한다. 주 사용처는 육교, 인도나 산책로로 충격 흡수 등이 필요한 야외시설이다. 

 그런데 원주시가 조성한 야외 물놀이장은 어린이 놀이시설로 탄성 고무바닥재로 포장되어있다. 어린이용 장난감처럼 손으로 만지거나 입에 넣기도 하는 안전기준을 지키기보다는, 신발을 신고 다니는 옥외 바닥재로 되어 있다. 2016년 우레탄 운동장 사태로 전국의 시민 체육시설과 학교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교체작업이 벌어졌다. 바닥재를 콘크리트 바닥에 빨리 고착시키기 위해서는 경화제를 섞어서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경화제에는 납이나 카드뮴성분이 함유되어 있기에 주변 흙에서 중금속이 기준치 이상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 제도개선과 제품의 안전기준이 강화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문제는 이 시설의 용도는 신체와 접촉하지 않는 체육시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 물을 가두고 어린이 풀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이들이 몸을 담그기도 하고 물을 먹게 될 수도 있는 데도 말이다. 

 폐타이어나 본드 성분의 경화제로 물이 오염된다면 아이들의 피부에 안 좋을 수 있다. 수질검사서가 붙어 있지만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물이 문제가 아니라 풀장에 고여있는 물이 문제가 될 것이다. 행구동 수변공원 물놀이장 이외의 다른 6개 물놀이장은 야외놀이터에 물을 가두어 풀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폭포수 시설을 이용한 물놀이장은 가능하겠지만 풀장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에어바운스 워터 슬라이드와 대형풀장을 대여하여 가족들이 폭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안전한 시설이 시민들에게 제공되길 바란다. 

 열대야와 폭염 일수는 갈수록 증가할 것이다. 기후피난처가 필요하다. 기후재난에는 노인과 아이들이 취약하다.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대부분은 주로 노인들이 냉방기구가 제공되지 못한 에너지빈곤상태에서 노출되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 폭염과 열대야 등의 고온현상은 도시지역이 더 심하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면의 증가, 도시팽창으로 인한 녹지감소, 도시의 바람을 막아서는 고층빌딩의 증가 등이 원인이다. 이로 인해 정체된 바람의 흐름은 치악산과 봉천내를 따라서 도시에 유입되지 않아 한낮의 고온을 내려주질 못하므로 도시의 열대야 일수가 증가할 것이다. 

 동네풀장이 가족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는 집 가까이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이 야외에서 머물 수 있는 마을 쉼터나 가든형 공원이 필요하다. 가로수도 더 많이 심어야 한다. 닥쳐오는 기후재난에 적응과 완화를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 40%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부서통합 운영을 위한 온실가스인지예산제도를 만들어 효율적이고 통합적인 기후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기후재난이 일상이 되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