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 세입은 2020년 처음으로 2조 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세입은 2조3천263억 원이었다. 세입 증가에 따라 원주시에서 사용한 세출예산은 2018년 1조1천821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1조8천588억 원으로 증가했다. 세출 항목이 중요한 건 시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도서관을 신축하고, 도로를 개설하고, 체육센터를 건립하는 등 공공시설 확충은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집값을 들썩이게 만든다. 따라서 원주시 예산편성의 무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원주시가 내년도 예산편성을 위해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설문조사 결과 눈길을 끄는 건 원주시가 주최하는 대규모 축제나 행사성 경비를 축소해야 한다는 응답이 나온 점이다. 축제·행사는 각박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재미와 활력을 제공하는 요소임에도 시민들은 원주시가 재정을 운영하며 가장 축소해야 할 분야로 지목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그간 열린 축제·행사가 시민 참여형으로 진행됐는지 곱씹어봐야 한다. 시민들이 괴리감을 느끼지 않았는지 점검하고, 시민이 참여하는 축제·행사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내년도에 원주시 재원이 부족할 경우 재원 대책 마련을 묻는 설문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가용재원 범위 내에서 필수사업만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40%로 가장 높았다. 그동안 원주시는 재원이 부족하면 부채인 지방채를 발행해 충당해왔다. 대표적인 게 종합터미널 인근 지하차도이다. 원주시는 지방채를 발행해 지하차도를 건설한 뒤 분할 상환했다.

 후대에서도 지하차도를 이용할 것이기에 후대 사람들도 지방채 상환에 참여해야 한다는 기조가 깔려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설문조사에서 확인한 민심은 적재적소에 필수예산만 사용하라는 준엄한 요구로 읽힌다. 이밖에도 예산 우선 투자 분야, 재원 배분의 우선 가치 분야 등 다양한 설문 결과는 시민 여론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원주시 공직자들이 주의 깊게 들여다 봐야 한다. 

 또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년도 예산편성에 어떻게 반영할지 깊이 있는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설문조사에서 주민참여 예산제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27.4%에 불과했다. 원주시 주민참여 예산제는 2010년 시작돼 올해로 14년째를 맞고 있다. 하지만 시민 10명 중 7명은 주민참여 예산제를 모르는 상황이다. 반면 주민참여 예산제를 확대 운영해야 한다는 응답은 50.9%에 달해 주민참여 예산제의 효과적인 홍보와 시민 참여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설문조사 외에도 내년도 예산편성에 시민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막연히 각 부서나 행정복지센터에서 여론을 수렴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여론을 접수해 반영했다는 지표를 제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과학적인 여론 수렴이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