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0년 제10회 행사를 끝으로 막을 내린 원주따뚜.

원주에서 열린 첫 번째 국제규모 축제는 2000년 처음 개최된 세계평화팡파르이다. 지금까지 원주에서 열렸던 치악문화제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전통 제의(祭儀)인 동악제에 바탕한 지역축제였다. 그러나 세계평화팡파르는 세계 여러 나라 출연진이 참가하는 세계인의 축제였다. 축제의 내용도 전통 제의와 지역문화를 벗어나 낯선 악기와 복장을 차려입은 각국의 군악대가 경연을 펼쳤으니 지금까지 지역축제와 달리 규모와 내용을 일신한 축제였다.

세계평화팡파르는 1995년부터 시행된 지방자치제도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종전의 임명직 자치단체장이 시정을 펼치던 중앙집권 시기에는 지자체에서 국제규모의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방자치제 시행 이전에는 국제 규모의 행사는 국가가 계획하고 주도하는 올림픽이나 엑스포 같은 행사가 전부였다. 지방자치제가 시작되면서 국가가 아닌 도시가 가진 강점과 정체성을 세계인에게 드러내기 위하여 노력하기 시작하였다.    

원주 세계평화팡파르의 산파는 김진선 당시 강원도지사였다. 김진선 도지사는 1998년 7월 1일 제2대 민선 강원도지사로 취임하여 2002년과 2006년 세 차례에 걸친 강원도시사 선거에서 선출되어 2010년까지 12년 동안 강원도지사를 역임하였다. 김진선 도지사는 필자가 공직 생활 중 경험한 역대 강원도지사 중 문화예술 행정에 가장 관심이 깊은 도지사였다. 재임기간 중 영월 사진박물관을 건립하고 평창 동계올림픽의 첫 단추를 꿴 것도 그였다.

특히 김진선 지사는 강원도가 지닌 고유의 가치를 발굴하고 선양하는 일에 적극적이었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장은 기업을 유치하고 도로망을 확충하는 등 경제 발전과 굵직한 기간시설 확충에 주력하지만, 그에 더해 김진선 지사는 강원도의 인물과 전통문화를 선양하는데 주력하였다. '강원의 얼 선양사업'을 추진하여 강원도의 대표적인 인물과 관련된 유적을 정비 복원하고 강원인의 정신을 선양하였다. 대표적인 사업이 춘천의 의암 유인석, 강릉의 허균 난설헌 남매, 원주의 운곡 원천석, 영월의 난고 김병연 선생 선양사업이었다.     

세계평화팡파르의 단초는 필자가 계획한 '국난극복사건립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국난극복사박물관은 시립박물관이 없었던 1997년 국비를 지원받기 위한 방편으로 계획되었다. 당시에는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다루는 시립박물관 건립 사업은 국비를 지원받기 어려웠지만, 특정한 주제를 가진 특수목적 박물관 건립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당시 이전계획인 치악멸공훈련장(현재 영강교회를 포함한 부지) 위치에 '국난극복사박물관'을 건립하고 박물관 사업으로 국제군악축제와 평화심포지움을 개최한다는 계획을 작성하고 강원도에 제출하였다. 한국전쟁의 전환점이자 군사도시라는 지역성에 부합한다는 판단이었다.

세계평화팡파르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전쟁당사국의 군악대가 한자리에 모여 음악을 연주하는 군악축제이다. 전쟁 상대였던 연합군으로 참전한 16개 국가와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군인들이 총칼 대신 악기를 들고 평화를 노래하는 것이었다. 국난극복사박물관 건립계획은 무산되었지만 세계평화팡파르는 '2004년 강원방문의 해'를 맞이하여 김진선 지사의 주도로 강릉 국제관광민속제, 대관령 국제음악제, 원주국제타투 등 3대 국제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한다.

2000년 강원도의 주관으로 시작된 세계평화팡파르 업무는 원주시로 이관되었고 원주시에서는 원주국제따뚜(Wonju International Tattoo)라는 이름으로 변경한다. 원주국제따뚜는 2003년 6월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로부터 국제행사로 승인을 받았고 아시아권에서는 유일한 군악축제였다. 한국의 국방부·공군·육군·해군·해병대 군악대를 비롯해 뉴질랜드·러시아·미국·영국·일본·캐나다·튀르키예·타이 등이 참가하는 국제적인 행사로 세계적인 군악대의 공연을 한자리에서 선보여 왔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따뚜 공연장을 건립하여 군악축제 개최를 위한 최적의 공간을 마련한다. 

'원주따뚜'는 타투(Tattoo)를 지역명을 합성하여 브랜드화한 것인데, 타투는 과거 군병력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병사들의 귀영을 알리는 북소리였다. 이후 군사 목적의 점호나 의식을 알리는 신호로 쓰인다. 지금은 군사의식 또는 연극의 일부로 음악·노래·춤·희극 등을 포함하여 대중을 위한 대형 공연으로 선보인다.

"분단의 땅 강원도가 '세계평화 1번지'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기획되었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터키 군악대를 비롯해 영국 왕립 공병밴드 등 100년 이상 된 세계 정상급 군악대가 대거 참가해 수준 높인 공연을 펼친" 원주국제따뚜는 2010년 막을 내리고 2011년부터 따뚜를 대신한 다이내믹댄싱카니발이 열린다.

따뚜를 폐지한 이유로 '계룡, 진해시 등 타 지자체 군악 관련 축제와 차별화되지 않아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예산낭비에 불과하다'는 이유였다. 따뚜를 폐지하고 대신 개최된 축제는 댄싱카니발이다. 따뚜와 댄싱카니발, 과연 어떤 축제가 지역 정체성에 부합하고 효율적인 예산 집행이었을까! 이 또한 전임 시정을 부정하기 위한 지우개 효과는 아니었을까….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박종수 전문기자(전 원주시 학예연구관)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