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아카데미극장 자료 이전을 위해 극장으로 진입하려는 원주시 공무원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아친연대 간 충돌이 발생했다.

아친연대 30여 명 인간띠 만들어 극장 진입 저지
원주시, "또 다시 이런 일 반복되면 강력한 조치"
소상공인협회, "평화적인 대화와 타협 필요하다"

아카데미극장 철거를 두고 수개월 째 협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원주시와 시민들의 갈등이 결국 무력충돌로까지 이어졌다. 철거 강행과 이를 막기 위한 대치가 3시간 가량 지속되면서  극장 유리 출입문이 틀어지는 등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자 지역사회에서도 대화와 타협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주시는 지난 8일 극장 내부에 남아있는 집기류 및 기록물 등 보존 필요성이 있는 자료를 이전하기 위해 극장 진입을 시도했다. 앞서 7일 열린 원주시 건축심의위원회에서 아카데미 극장 해체안이 조건부 승인을 받아 철거를 위한 대부분의 행정 절차를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거를 반대하는 '아카데미의 친구들 범시민연대(이하 아친연대)'가 극장 앞을 막아서면서 원주시와 대치상황이 이어졌다. 원주시는 내부 진입을 위해  수십 명의 공무원을 동원했으며, 아친연대 역시 30여 명의 시민들이 동참해 이에 맞섰다. 이 과정에서 극장 유리문이 틀어지는 등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격렬한 충돌이 발생했다. 3시간이 넘는 대치상황 끝에 결국 원주시가 인명피해를 우려해 철수하면서 충돌 사태가 마무리됐다.

아친연대 관계자는 "이번 충돌 과정에서 인간띠로 극장 진입을 막으려 했던 젊은 청년들은 직접 경험한 무력 충돌에 몸은 물론 정신적 충격으로 마음의 고통까지 호소하는 상황"이라며 "시민들을 위험에 빠트리면서까지 서둘러 행정을 이행하려는 원주시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원주시가 다시 한 번 대화와 타협의 자리에 함께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원주시 역시 아친연대가 아카데미극장 자료 이전 작업을 방해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특히, 일부 시의원들이 공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을 몸으로 막아서고 몸싸움을 하는 등 공무원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원주시는 "아카데미극장 철거는 의회민주주의에 따른 정당한 절차를 거쳐 결정된 사안임에도 일부 시의원들의 이 같은 행동은 원주시의회의 의결행위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또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될 경우 고소, 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철거 작업에 대해서도 조속히 추진한다는 의지를 전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이미 철거 업체가 모두 선정되고 행정 절차가 마무리 된 상황에서 이를 다시 번복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자료 이전 작업이 마무리 되면 본격적인 철거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카데미극장 철거 작업은 약 45일 간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아카데미극장 철거를 두고 발생한 원주시와 아친연대의 충돌에 대해 지역사회는 물론 극장 철거를 지지했던 단체들마저 충격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아카데미극장 철거를 찬성해왔던 원주시소상공인협회는 지난 10일 아카데미극장 철거 관련 입장문을 통해 "막다른 유리문으로 시민들을 몰아세우는 모습은 우리가 기대했던 원주시의 모습이 아니다"라며 "물리적인 충돌 없이 평화적 방식으로 한 번 더 대화와 타협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