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25일 강풍을 동반한 장마에 반계리 은행나무 가지가 훼손됐다.

천연기념물 제167호로 지정된 문막읍 반계리 은행나무의 후계목 육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수령이 800∼1천 년으로 추정될 만큼 노령목이어서 고사할 경우 재생·복원을 위한 보존방안이 마땅찮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이 축적돼있는 문화·역사·식물학적 가치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후계목 육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6월 25일에는 강풍을 동반한 장마로 인해 국가유산인 반계리 은행나무 가지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반계리 은행나무는 높이 32m, 둘레 16.27m이며, 가지는 동서로 37.5m, 남북으로는 31m에 걸쳐 넓게 퍼져 있다. 노령목인 데다 가지가 넓게 퍼져 있어 강풍에 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후계목을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은 진작부터 제기돼왔다. 게다가 은행나무는 원주시를 상징하는 시목이기도 하다. 이에 원주시는 지난 2021년 반계리 은행나무의 우량한 유전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후계목 육성계획을 수립했다.

천연기념물 후계목 육성사업은 문화재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진행할 수 있다. 원주시는 허가를 득한 뒤 정부지정 양묘업자를 선정해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계획대로 진행됐을 경우 원주시는 2028년경 후계목을 구입해 분양함으로써 분양수익은 물론 반계리 은행나무를 전국에 홍보하는 효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복병이 숨어있었다. 은행나무 후계목 육성사업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원주시 관계자는 “당시 정부지정 양묘업자로 지정된 관내 농원에 의사를 타진했으나 해당 농원에서는 은행나무 후계목 육성이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해 무산됐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모색해서라도 후계목은 육성해야 한다. 반계리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일 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공동체적 구심점 역할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인근 주민들은 반계리 은행나무에 한꺼번에 단풍이 들면 그해 풍년이 든다는 속설을 믿고 있다.

또한, 원주시가 반계리 은행나무 일원에 대한 관광 자원화를 추진 중이어서 지속 가능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도 후계복 육성이 필수적이다. 문화재청은 반계리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한 광장 전체를 문화재 보호구역을 확대 지정했으며, 원주시는 주변을 관광 자원화할 계획이다.

반계리 은행나무까지 진입하는 도시계획도로 개설을 비롯해 은행나무길 보행자 전용도로, 135면 규모의 주차장 및 관광객 휴식공간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비는 약 60억 원을 투입하며, 내년 상반기 준공할 예정이다. 인근 주민들은 지난 2017년부터 은행나무 축제를 열어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한편 한국관광공사가 작년 10월 선정한 ‘한 번쯤 가봐야 할 인생 단풍 명소’ 5곳에 포함된 반계리 은행나무는 생물학적 보존 가치와 더불어 예로부터 신목으로 모시는 등 민속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 가치를 인정받아 1964년 1월 31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멀리서 보면 여러 개의 은행나무가 한 데 서 있는 것처럼 보일 만큼 크기와 위용이 남다르다. 이런 모습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수년 전부터 단풍이 물드는 가을이면 수도권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 성주 이씨의 선조 중 한 사람이 심은 것이라고 하고, 길을 지나던 대사가 이곳에서 물을 마신 뒤 꽂은 지팡이가 자란 나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