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독자들은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용어에 생소할 것이다. 무엇이 로컬이고 크리에이터는 또 뭐지? 그냥 종전에도 그렇듯이 이 또한 새로운 정책이 왔다가 누구도 모르게 사라지는 것이겠지. 다른 한편으로 왜 꼭 영어를 써야 하나 등등 의구심이 솔직히 있었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로컬)의 문화적 특성과 자원을 활용하여 자신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해서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크리에이터)들을 의미한다. 그간 정부에서 추진됐던 정책 사업들을 보면 그 의도는 좋았지만, 큰 성과는 눈에 띄지 않았다. 예를 들면 몇 년 전 1인 창조기업도 그렇고 청년 마을사업 등으로 다양한 정책지원을 통해 일자리와 직업 창출의 기회도 주어졌다. 하지만, 공적 보조금 지원이 중단되고 난 후에는 제대로 생존하여 시장에서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별로 듣지 못했다. 

 그러나, 과거 다른 사업과는 잠재력에서 좀 더 희망적이라고 볼 수 있다. 1인 창조기업이나 마을기업 등은 보조금이 끊어지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금, 판로 등에서 무한경쟁에 빠지게 된다. 반면에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처음부터 자신이 시장에서 소통이 가능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그리고 자신의 삶의 터전을 근거로 사업을 시작한다.

 이것을 요즘 유행하는 말로 골목상권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지속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건 로컬 크리에이터의 활동 자체가 자신이 선호하는 생활 방식 위에 지역의 특색과 잘 어우러져 있기 때문에 힘들어도 덜 지칠 수 있다. 

 로컬 크리에이터를 실제 사례로 이들의 모습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첫 번째 특징은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나오는 자원들을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접목하여 기존 자원을 새롭게 탄생시킨다. 전북 고창군 질마재 농장의 젊은 여성 CEO는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서 유기농 쌀을 재배하고, 과자, 시리얼, 차 등의 가공식품으로 웰빙에 민감한 신세대 가정을 판매 목표로 한다.

 이는 최근 방문한 원주의 깨 로스터리 옥희방앗간과도 유사하다. 옥희방앗간 대표 역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가업인 방앗간과 깨 농사를 기반으로 하여 현대인의 미각에 맞춰 새로운 상품을 개발했다. 모든 카페 메뉴 상품을 들깨의 풍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가공했다. 

 상점에서 직접 인터넷 거래도 한다. 심지어 인터넷 공간에서 직접 수출도 가능하다. 두 크리에이터 모두 자신의 아이디어를 지역 자원에 접목하여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낸 사례이다. 두 사례 모두 점차 활기를 잃어가는 지역 자원과 자신들을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그러니 로컬 크리에이터는 작지만, 지역의 신성장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1인 창조기업이나 마을기업과는 달리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고객과의 소통에 능하다. 일반적으로 영세 상인들은 마케팅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홍보 마케팅은 그 나름의 전문영역이고 자금도 꾸준히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디지털에 매우 익숙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느 세대보다 소셜미디어를 다루는 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아니, SNS에 자신의 생각과 이미지를 담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을 늘 즐긴다.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지역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한다. 옥희방앗간은 그 점에서 더 특별하다. 대표의 전직이 잡지사 전문인력이기 때문에 작업장은 SNS는 물론이고 간단한 홍보물도 직접 제작해서 제공한다. 질마재 농장주도 사업하는 과정을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콘텐츠로 고객과의 소통을 정감 있게 나눈다. 두 크리에이터들의 소통 역량은 대중적인 홍보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독특한 가치를 제공하는 데 쓰인다. 

 마지막으로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판매하는 상품들은 품질 면에서 브랜드 상품과 별로 차이가 없다. 기술의 평준화가 어느 정도 보편화된 분야에서 자신만의 콘텐츠로 승부하기 때문에 로컬 브랜드라는 명칭도 따라 붙었다. 

 최근 언론에 나온 이들의 소식을 보면 지역 소멸의 대안 또는 청년을 지역에 머물게 하는 식의 평가들이 나온다. 필자는 그렇게 표현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들은 혁신으로 새로운 지역의 가치를 만들고 이어나가는 인재이지 일종의 정책을 수행하는 대리자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맘껏 보낸다. 

구문모 한라대학교 미래콘텐츠연구소 소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