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극장 철거에 대한 찬반 논란이 1년째 이어지면서 갈수록 원주시 행정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최근 원주시는 8월 중 아카데미극장 지붕 철거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건물 안전성 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아카데미극장의 안전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본격적으로 철거 작업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원주시가 철거를 강행할 경우 아카데미극장 철거를 반대하는 '아카데미의 친구들 범시민연대(이하 아친연대)'가 저지 투쟁에 나서면서 물리적인 충돌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로 인한 후유증은 오랫동안 원주시 행정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은 원주시는 물론 아친연대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열쇠는 원주시가 가지고 있다. 지난 6월 28일 원강수 시장은 원주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조례에 근거하지 않고 토론회나 공청회를 개최하겠다"고 답변한바 있다. 하지만 실무협의 과정에서 토론회를 마칠 때까지 철거행정을 중단해 달라는 아친연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돌이켜보면 그 당시 철거행정을 중단하고 토론회를 진행했더라도 철거 행정에 큰 차질은 없었을 것이다.

 아친연대가 요구하는 토론회는 시민사회가 요구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이다, 반면에 원주시는 시민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주는 선진 행정을 펼치는 일이다. 또한 토론회는 말 그대로 토론회이다. 토론회가 아카데미극장의 철거 문제를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극장 철거는 이미 원주시의회를 통과한 사안이다. 아친연대는 철거안 통과가 위법하다며 소송 제기를 검토하고 있지만, 법원이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도, 행정 절차를 다시 밟으면 된다. 현재의 원주시의회 구성상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도 거의 없다. 그렇다면 원주시 입장에서는 토론회를 회피할 이유가 더더욱 없다. 토론회를 개최하지 않을 경우 '원주시 주민참여 등에 관한 기본조례'를 위반했다는 부담만 안게 된다. 

 원주시가 아친연대의 유일한 권한인 토론회를 거부하는 동안 아카데미극장은 전국적인 관심사로 증폭됐다. 오히려 원주시 행정의 부담만 가중된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철거 행정을 잠시 미뤄두고 제대로 된 토론회를 개최하면 어떨까. 그 다음에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내리면 된다.

 물론 원주시가 토론회를 거부하고 아카데미극장을 철거할 수도 있다. 철거과정에서 몸싸움 등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경찰력을 동원해 밀어붙일 수도 있다. 일단 아카데미극장이 철거되면 철거 반대를 요구하던 목소리도 힘을 잃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토론회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계속해서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카데미극장 철거에 대한 토론회는 아카데미극장으로 인한 행정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출구이며, 선진 지방자치의 선례를 남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