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첨된 현수막 사진.

원주시가 원주의료원 인근에 있는 단구어린이공원에서 어린이들이 공놀이를 하지 못하도록 제지해 논란이다. 지난달 20일 단구어린이공원을 지나던 시민 A 씨는 단구어린이공원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의아했다. 현수막에 축구를 자제하라는 내용이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원녹지법에 근거해 공원 내 시설 훼손 시 최대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어린이들이 위협을 느낄 수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단구동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단구어린이공원은 주변 3면이 도로변으로 뚫려 있고 상가가 밀집해 축구와 관련한 민원이 잦았다"고 밝혔다.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며 공원 바깥으로 공이 튀는 경우가 잦아 안전사고 우려와 더불어 주변 상가나 정차된 차량에 공이 부딪히는 등 관련 민원이 매년 꾸준히 발생했다고 한다. 또한, 지난 6월 공원 보수공사 시 민원이 잦은 상가 방면으로 안전울타리를 설치했음에도 지나가는 차량에 공이 맞아 범퍼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 단구어린이공원. 이곳에서 어린이들이 공놀이를 하다 울타리 밖으로 공이 튀어나가며 차량에 부딪는 일이 자주 발생하자 원주시는 공놀이를 하지 못하도록 현수막을 설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어린이 놀이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사단법인 '놀이하는 사람들' 소속 안정민 씨는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에 다니느라 바쁜 와중 잠시 짬을 내 가장 활동적으로 할 수 있는 놀이가 축구이며, 주변에 축구장이나 운동장이 없어 단구어린이공원을 애용했던 것으로 안다"라며 "벌금을 운운하며 아이들이 위협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첨해 축구를 자제시킬 것이 아니라 안전울타리를 높이거나 추가로 설치하는 등 안전을 위한 조치를 해야 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단구동행정복지센터는 공원녹지법에 따라 체육시설이 아닌 어린이공원에 공놀이 등 체육 활동을 위한 시설물 설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체육 시설물이 설치되면 어린이공원이 아닌 체육시설 등으로 용도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고, 축구를 하는 아이들 외에도 산책 등 방문하는 주민들에게 민원과 불편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놀이하는 사람들 측은 "원주시가 안전도시와 더불어 아동친화도시 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변 민원에 의해 공놀이를 자제시키는 것에 실망이 크다"라며 "어린이공원 내 축구나 시설물 설치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 해결책이 모색돼 아이들이 공놀이를 할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원주에는 혁신도시체육공원 축구장, 환경체육단지 축구장, 문막생활체육시설 축구장, 원주종합운동장, 무실체육공원, 단관근린공원체육시설 등 16곳에 축구장이 있다. 상지대, 폴리텍대학, 연세대, 육민관고, 태장초, 반곡중 등에서도 축구가 가능하고 족구장, 풋살장, 다목적구장 등에서도 공놀이를 할 수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원주시에서 관리하는 축구시설을 비롯해 개방된 학교 운동장 등 공간은 충분해 체육시설이 부족해 생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아이들이 공터나 공원에서 축구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위이기에 민원인과 아이들이 서로 이해하며 주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