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3년 원주천 둔치에서 열린 제12회 치악문화제

지역 고유의 전통이나 자원을 기반으로 열리는 축제는 안으로는 시민의 자부심을 드높이고 결속력을 다지는 기제로 작용하고, 밖으로는 외지인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관광자원이 된다. 교통수단이 발달하기 전, 사람들의 여행이 지금처럼 쉽지 않았을 때 축제는 지역 주민이 축제의 소비자이지만, 여행이 자유로운 지금은 외지인이 축제의 주요 소비자가 되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1981년 시작된 치악문화제는 2004년 23회까지 이어오다 막을 내린다. 막을 내렸다고 해서 치악문화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치악문화제의 핵심인 동악제례와 대표행사인 관찰사순력행차는 그대로 이어받아 강원감영제(江原監營祭)라는 이름으로 개최하게 되었다. 치악문화제가 강원감영제로 이름이 바뀐 것은 수년째 반복되는 축제의 내용이 시민들로부터 외면받았고 축제를 주관한 주관단체를 둘러싼 잡음이 많았기 때문이다.

2005년 이름을 바꾸어 처음 개최한 강원감영제는 그동안 원주문화원이 주관했던 치악문화제와 달리 새로운 조직을 꾸렸다. 강원감영제위원회라는 새로운 인물들로 조직된 축제위원회는 축제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축제의 주제를 나무로 선정하는가 하면 축제의 품격을 높이기 위하여 여러 시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오래가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축제를 주관하는 강원감영제위원장 자리를 놓고 벌어진 다툼이 주요 원인이라 생각한다.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 고유 축제는 정파와 관계없이 존경받는 지역의 어른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 고유 축제는 제의와 같아서 지역의 사정을 잘 아는 지역 인사가 주관한다면 시민 화합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강원감영제를 주관하는 강원감영제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하면서 분열이 생기고 축제 위원장을 맡았던 명망 있는 지역인사는 위원장직에서 물러나고 다른 지역 인사들도 나서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진행되던 감영문화제는 잇따른 비리와 잡음으로 사정기관의 수사를 받기에 이른다. 결국 2011년과 2012년 원주시의회에서 보조금을 부분 삭감하고 2013년에는 전액 삭감하면서 강원감영제는 중단하게 된다.

원주의 고유 축제로 1971년 개최된 군도제와 1981년부터 2004년까지 개최된 치악문화제를 계승한 강원감영제가 막을 내리게 된 원인은 축제 운영의 미숙으로 인한 잡음이 표면적인 원인이었다. 그러나 축제가 성장하기 어려운 한계 또한 분명했다. 원주는 과거 500년 동안 강원도 수부도시로서 지방행정의 거점 역할을 수행했고 그 증거가 강원감영이다. 강원감영은 원주가 자랑할 만한 역사이고 문화재이다. 그러나 현재 강원도의 수부도시는 춘천이다. 원주 사람들이 '강원도 500년 수부도시 원주'를 주제로 축제를 열면 춘천과 강릉 사람들은 불편하다.

과거 집안에서 제례를 마치면 이웃과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제례를 지낸 집이 불편하면이웃 사람들은 아무리 성대한 고관대작의 제사라도 그 집에 가기를 꺼리게 된다. 지역의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고유 축제도 마찬가지 아닐까! 주변 도시에 있는 사람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축제를 찾아와야 성공한 축제라 말할 수 있다. 주변 도시 사람들이 불편하게 생각한다면 관광자원으로서의 축제는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 하나,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 고유 축제는 시대를 제한하면 안 된다. 과거처럼 치악문화제라는 이름으로 축제를 열면 원주의 전체 역사를 콘텐츠화할 수 있지만, 강원감영제는 축제의 내용이 좁게는 강원감영, 넓게는 조선시대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대체로 지역 고유 축제는 지역의 역사를 콘텐츠화하게 되는데 조선을 부정한 원주를 대표하는 인물인 운곡 원천석 선생과 후고구려를 건국한 궁예와 같은 인물을 강원감영제에서 다룰 수 없다. 

역사도시 원주에 지역 고유의 축제가 없다는 것은 비정상이다. 원주 고유의 지역축제인 치악문화제가 다시 시작되길 바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박종수 전문기자(전 원주시 학예연구관)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