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카데미극장 석면슬레이트 지붕. 원주시는 아카데미극장 안전 상태를 우려해 지붕을 우선 철거하기로 했다.

시민 여론을 수렴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아카데미극장 보존 관련 시정정책토론회를 두고 원주시와 시민단체가 여전히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보존을 찬성하는 '아카데미의 친구들 범시민연대(이하 아친연대)'는 원주시에 시정정책토론회를 통해 찬반 결론이 나올 때까지 철거 관련 모든 행정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으나, 원주시는 철거를 위한 행정절차를 마치고, 이르면 8월 초 본격적인 철거를 강행한다고 밝혔다.

아친연대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원주시 제안으로 아카데미극장 보존 여부에 관한 공개 찬반 토론회 진행을 논의해왔으나  원주시의 철거행정 강행으로 토론회가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원주시는 지난 4일 아친연대와 면담을 통해 조례와 상관없이 토론회를 진행할 것과 토론 주제는 극장 철거 이후 활용 방향에 대해 논의하며, 토론회 날짜는 면담 날짜 기준 바로 다음 주에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단, 철거행정은 강행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 아친연대는 ▷철거 이후 활용방안이 아닌 아카데미극장 보존 여부에 관한 공개 찬반 토론회로 진행할 것과 ▷토론 준비를 위한 실무협의체를 구성할 것 ▷찬반 토론회 결론이 나올 때까지 철거 관련 모든 행정과정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양측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지난 18일 원주시가 토론회 추진이 불가하다고 통보하며 토론회는 무산됐다. 

아친연대는 "아카데미극장 보존 여부에 대해 시민과 공개적으로 찬반 토론을 하겠다면서, 극장 철거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결국 토론회가 형식적 과정이라는 것을 반증한다"며 "찬반 토론 합의와 철거행정 강행이라는 앞뒤가 다른 행태에 어느 시민이 납득하겠는가?"라고 원주시를 비난했다. 이어 "원주시는 현행 조례와 상관없이 진행하겠다던 토론회를 재개하라"며 "문화재청의 등록문화재 지정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당부했다.

아친연대는 지난 6월 6일부터 50일 넘게 아카데미극장에서 텐트 농성을 이어가고 있으며, 7월 19일부터는 대전 문화재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며 아카데미극장 보존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원주아카데미극장 '국가등록문화재' 직권지정을 요청하는 문화예술인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한편, 원주시는 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건물 안전성 평가 D등급을 받은 아카데미극장의 안전을 우려해 석면슬레이트 지붕을 우선 철거한다고 밝혔다. 극장 내부의 건물 균열과 누수 흔적이 관찰된 데다 지붕 전체가 석면으로 뒤덮여 있는 만큼 방문객이나 주변 상인들의 건강을 고려한 결정이다.

현재 철거 용역 업체 선정을 마무리했으며, 해체 심의위원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별도 보완 요청이 없으면 8월 초 본격적인 철거를  진행한다. 원주시 관계자는 "석면해체 감리, 석면폐기물 처리용역, 석면해체 공사용역을 단계별로 발주하여 진행할 예정"이라며 "무산된 찬반 토론회가 추후 재개된다면 그때는 찬반 결론이 아닌 철거 후 활용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