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제조사 모 대표는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젊은 인재를 찾기가 너무 힘들다"며 "앞으로 반도체 교육원이 원주에 들어선다는데 상대적으로 대우가 연약한 중소의료기기 업체들의 인력 유출이나 구인난은 더욱 심화(深化)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의료기기 업체들의 인력 채용이 더욱더 어려운 실정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한 것. 원주 의료기기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원주 의료기기산업은 불과 20여 년 만에 연간 매출액 7천억 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해 강원도 수출의 15%, 전국 수출의 23.1%를 점유하여 명실상부한 수출 효자품목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고질적인 구인난과 경기침체, 규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주 의료기기 기업들의 근심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2020년 기준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약 560조 원에 달한다. 반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125조 원으로 2026년엔 750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29.5%의 고속 성장이 점쳐지는 유망 분야이기도 하다. 반도체 공장이 원주에 유치되었다면 163조 원 규모의 직·간접적 경제 유발효과와 10만 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가 나타났을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가 실패로 돌아간 이상 의료기기산업을 발전시키고 10년 앞을 내다보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기기산업 인력양성에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반도체 인력 양성을 챙기고 있다. 그러나 이 못지 않게 의료기기 산업 분야에 대한 뒷받침이 필요하다. 특히 전주기 R&D(연구·개발) 인재 육성이 중요하다. R&D부터 시험평가, 임상시험, 인허가, 보험등재, 시판까지 단계별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길러야 한다.

 강원도는 특별자치도 출범을 계기로 원주에 제2첨단의료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강원특별자치도 관계자는"원주가 의료기기나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으로 특화되어 있다 보니 이와 관련한 전략을 세웠다"며 "GRDP 100조 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구·오송 사례를 벤치마킹해 원주에 첨복 단지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첨단의료기기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IVD 개발 종사자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전문 교육기관 설립도 필요하다. 현재 한국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 의료공학과에서는 업체 맞춤형 현장 실무형 의료기기인력 양성을 목표로 의료기기 기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국가예산 21억 원을 받아 장비와 시설물을 보강해 바이오와 의료기기를 접목한 AI 의료전자과를 보건의료전자로 개편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컴퓨터응용기계과를 기계시스템과로 전환하여 실무중심의 특화된 교육프로그램, 전문기술양성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원주 의료기기산업의 부흥과 재건을 위해서는 더 큰 투자가 필요하다.

 옛말에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친다"는 속담이 있다. 반도체 육성이 의료기기 산업의 걸림돌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다른 한편으론 변화의 시대, 의료기기산업이 미래성장의 디딤돌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원주의 큰 변화를 이뤄내는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나승권 한국폴리텍대학원주캠퍼스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