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이어진 집중호우는 우리 모두에게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줬다. 특히 많은 목숨을 앗아간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한 마을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한 경북 예천군 산사태는 두려움까지 갖게 한다. 그러나 자연재해라도 철저한 사전 대비와 긴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진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번 집중호우 기간 원주도 충북이나 경북지역만큼은 아니지만 200mm가 넘는 강수량을 기록했다. 신림면 지역은 300mm가 넘는 비가 내렸다. 그로 인해 농경지와 주택침수, 토사유출 등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 신림면에서는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도 발생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피해가 크지 않은 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원주는 자연재해가 없는 편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까? 최근의 기상 이변을 보면 원주도 결코 안심할 수 있는 도시가 아니다. 

 이번 집중호우 기간 충청 전라권은 누적 강수량이 500mm가 넘었다. 반면에 원주 도심지역은 200mm 미만이었다. 만일 원주에 2~3일 동안 50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발생한다면 원주는 과연 안전할 수 있을까? 이번 집중호우 기간 원주에서도 4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다행히 규모가 크지 않았고 인명피해도 없었다. 하지만 원주도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된 곳이 443곳에 달한다. 

 때문에 원주시가 기상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가장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산사태이다. 산사태 대부분은 산지 개발, 토석 채취 등 인위적인 개발이 이루어진 곳에서 발생한다. 또한 지목이 '산'이 아니더라도 경사지를 개간해 과수원이나 농지로 사용하는 곳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번에 경북지역에서 발생한 산사태 10곳 중 9곳도 지목상 '산'이 아니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원주 곳곳이 산사태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까지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집중호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산사태로 인한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사전 점검과 산사태 위기 상황시 대처요령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을 마련하고, 상황별 대처 방법을 평소 연습해야 한다. 이번 예천군 산사태도 산사태를 예감할 수 있는 징후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한 사전 연습이 되어 있지 않다 보니 설마 하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반면에 경북 영주시의 한 마을은 마을 이장의 신속한 대응으로 대형 인명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 

 안전을 위한 사전 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안전도시는 원강수 시장이 내세운 주요 정책 중 하나이다. 단기간에 500mm 이상의 집중호우 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과 피해 유형을 파악하고,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일사분란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이에 따른 훈련도 해야 한다. 평소 훈련되지 않으면 위급상황 발생 시 일사분란한 대처가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