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어르신들과 함께 식당을 찾았다. 메뉴는 '옹심이 칼국수'. 비 오는 날 따뜻한 옹심이 한 그릇이 허기진 속을 달래주리라 믿었다. 식사 전까진 기대가 컸다. 원주시가 인정하는 대표음식이기 때문이다. 쫄깃한 면발에 짭조름한 국물, 쫀득한 옹심이를 떠올리며 행복한 상상을 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면은 툭툭 끊어졌고 옹심이는 푸석했다. 시골 할머니 댁에서 먹던 옹심이와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주위 표정을 살피니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모처럼 어르신들을 모신 자리였는데 낯이 뜨거웠다. 

대표음식에 관한 다른 사람의 평가도 썩 좋지 않았다. 원주시는 삼 년 전부터 모니터 요원을 채용해 대표음식을 평가하고 있다. 표준 레시피를 사용했는지, 음식의 맛은 어떤지 정기적으로 관찰한다. 그런데 여러 대표음식 중 가장 나쁜 평가를 받는 건 관찰사 옹심이었다. 올해도 20개 업체 중 단 '두 곳'만이 '맛과 서비스가 훌륭하다'라는 평을 받았다. 

대표음식은 외지 관광객의 유입을 촉진하고 좋은 이미지를 선사하기 위해 개발됐다. 원주복숭아불고기, 원주뽕잎밥, 원주추어탕, 관찰사 옹심이가 바로 그것이다. 이를 홍보하기 위해 원주시는 리플렛을 제작·보급하고, 서울 지하철역 등에서 광고한다. 매년 거액의 예산을 투입함에도 좋은 성과를 내는지 의문이다. 관광객들이 와서 원주 음식을 맛보고 안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