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원강수 시장의 지난 1년 동안의 임기 중 가장 많은 말들이 오갔던 이슈는 단연코 '아카데미극장'일 것이다. 2016년부터 시작된 극장 보존에 관한 논의는 2022년 1월 원주시의 매입으로 연결되며 순조로운 출발을 하는 듯했으나, 민선 8기에 들어서며 급제동이 걸렸다.

 아카데미극장 보존 사업 재검토는 '민선 8기 원주시장직 인수위원회'로부터 출발한다. 2022년 7월 원강수 시장의 취임 한 달 전 구성된 인수위에서 아카데미극장 보존 사업을 포함한 이전 시정의 14개 사업을 재검토하라는 의견을 냈다.

 2022년 10월, 지역신문에 아카데미극장 보존 재검토에 관한 민선 8기 인수위 부위원장의 기고 글이 게재된다. 이를 시작으로 아카데미극장 철거 여론에 인수위와 자문 위원들의 개입이 지속된다. 자문 위원과 관련된 측근들이 철거 단체의 대표를 맡고, 철거 성명서를 줄지어 발표하며 언론을 이용해 여론을 몰아가기 시작한다.

 2022년 12월, 원주시의회 시의원의 시정질문을 통해 보존을 원하는 시민과 만나겠느냐는 질문에 원강수 시장은 '만나겠다'라고 답변했으나, 해가 바뀌는 동안,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023년 2월, 보존을 원하는 시민들이 모여 '아카데미의 친구들(이하 아친)'이 되었다. 극장 앞에서 처음으로 보존 지지 행동을 시작했으나 약 일주일 뒤, 시에서는 극장 보존을 염원하는 시민의 메시지를 모두 제거하고 흰 천으로 내부를 가려버렸다. 

 2023년 3월, 더 이상 시장과의 면담을 기다릴 수 없었던 아친은 '원주시 주민참여 조례'에 따라 원주시민 250명의 동의를 얻어 시정정책 토론회를 청구한다. 그러나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바로 다음 날 주무 부서에서 '주민등록번호'와 '등록기준지(본적지)'를 보완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며, 추후 권익위와 개인정보위원회가 주민등록번호와 등록기준지 보완은 취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의결했음에도 현재까지 총 3회의 시정정책토론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2023년 4월, 마침내 원강수 시장과 비공개 면담이 진행되었으나 '면밀히 검토하겠다'던 말과 달리, 면담 24시간 뒤 아카데미극장 철거 계획을 발표한다. 이후 아카데미극장과 관련된 모든 행정은 '철거'를 향해 급박하게 전개된다. 여당 시의원들만 참석한 원주시의회에서 철거를 위한 공유재산 변경안을 의결하고, 이 과정에서 하루 전에 '공유재산심의회'를 서면으로 긴급히 대체하며 '사전 공고' 절차를 누락하는 오류를 범한다.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아카데미의 친구들'은 원주시민을 중심으로 한 '아카데미의 친구들 범시민연대'를 발족했고, 전국 공동 대책위를 꾸리며 점점 불어났다. 다양한 층위의 시민들이 연대의 손을 뻗어와 현재는 전국 110개의 단체가 극장 보존을 지지하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오고, 아카데미극장은 더 이상 원주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이슈로 뻗어나가고 있다.

 원주시의 행정은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듯 급박하게 진행되면서 큰 우려를 자아내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속도를 잃지 않으며 위법한 행정에는 법적으로 대응하고, 국회와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등 다양한 트랙으로 아카데미극장 보존 행동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

 2023년 6월부터는 아카데미극장 맞은편에 텐트를 펼치기 시작했다. 2016년 7월 14일, 아카데미극장 보존을 위한 첫 발걸음인 '제1회 아카데미로의 초대'로부터 2,552일째, 텐트를 연 지는 35일째다. 매일 같이 누군가 힘내라며 음료를 건네주고, 어떤 택시는 같은 시간대에 텐트를 지나며 지지의 표시인 '빵빵'하는 경적을 두 번씩 울린다. 전국 각지에서는 지지 방문이 이어진다.

 날도 뜨겁고 가끔 비가 억수처럼 쏟아지곤 하지만, 아카데미 친구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텐트는 대체로 잘 운영되고 있다. 맞은편의 아카데미극장도 '툭 치면 무너질 건물'이라는 말과 달리 여전히 건재하다. 어느 아친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더위와 장마를 이겨내면 좋은 열매가 맺어지리라 믿는다. 어딘가에서 응원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기억하며, 아카데미극장의 보존을 위해 우리는 오늘도 힘차게 텐트를 펼친다.

신동화 아카데미의친구들 범시민연대 공동대표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