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협 매장에 소금 있습니까?" "요즘 소금값은 얼마나 하나요?" 최근 사람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생협에서는 그동안 신안군의 천일염 생산회사에서 간수를 빼고 세척하여 음식 조리에 바로 쓸 수 있는 뽀송한 천일염을 생활재로 공급해왔다.

 소금은 모든 음식 조리의 밑간을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 왔고, 우리나라의 전통 발효음식인 김치와 장을 담그기 위해 꼭 필요한 일상 생활재이다. 최근, 늘 흔하게 구할 수 있던 소금의 존재감이 확 달라졌다. 급기야 생협에서도 새로운 생산지를 확보하고 2023년산 간수를 빼지 못한 천일염을 20㎏ 대용량 포장으로 확보해 예약 공급 방식으로 조합원들의 소금 공급의 불안함을 해결하기로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임박해지면서 해양 방사능오염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은 '소금 사재기'라는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하게 했다.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안전할 것이며, 과학적이라고 한다. 현수막에 걸린 "과학을 믿으면 안전~"이라는 문구를 보며 "도대체 무엇이 과학이라는 건지?" "해양 방류로 생길 생태계의 영향은 어찌할 건지?"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관심은 있는 건지?" 이런 물음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정부를 믿기 어렵다는 민심의 표현이다.

 "나와 우리 가족의 식탁을 방사능으로부터, 스스로 지키기 위해 소금만이라도 방류 전에 사두자"는 '소금 품귀현상'이 나타났고, 소금 거래액이 한 달간 9배가 급증하고, 소금값이 폭등하여 온라인 '소금 중고거래'가 이슈가 된 것이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핵연료를 식히려고 냉각수를 주입하는데서 하루 최대 180t 가량의 오염수가 발생한다고 한다. 오염수에는 삼중수소(트리튬), 세슘 134·세슘 137, 스트론튬 90 등의 방사성 핵종 물질이 포함돼있다.

 일본 정부는 다 핵종 제거설비(ALPS)를 통해 이 물질들을 처리하고, 물로 희석해 바다로 내보낸다는 것이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오염수를 ALPS로 처리해 원전 부지 내 저장탱크에 보관하고 있고, 2022년에는 오염수 저장 탱크가 가득 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년 뒤 실행을 목표로 규제 당국 승인과 관련 시설 공사 등 오염수 해양 방류를 준비할 방침이다. 오염수를 모두 방류하는 데는 약 30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2021년 4월 BBC 방송). 

 당시 일본의 입장에 맞서, 2021년 6월 29일, 우리 국회는 '일본 정부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 규탄 및 오염수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 촉구 결의안'을 국회의원 191명 중 188명이 찬성해 통과시켰다. 지금 현직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인데, 정부가 바뀌고 여당은 오염수 해양 방류가 과학이라고 입장을 바꾸었으니 이해하기 어렵다.

 방사능 오염수 안에 포함된 물질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삼중수소'다. 삼중수소는 ALPS 처리를 거치더라도 바다에 떠돌게 된다. 또한, 인체에 축적되면 베타선을 방사하면서 삼중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핵종 전환'이 일어난다고 한다. DNA에서 핵종 전환이 발생하면 유전자가 변형되고 세포를 파괴해 각종 암을 유발하거나 생식기능을 저하시킨다고 한다.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지난해 10월 '2020년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위기의 현실'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삼중수소 말고도 오염수에 들어 있는 탄소-14, 스트론튬-90, 세슘, 플루토늄, 요오드와 같은 방사성 핵종이 더 위험하다"라며 "이 핵종들은 바다에 수만 년간 축적돼 먹거리부터 인간 DNA까지 심각한 방사능 피해를 입힐 수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방류가 구체화되면서, 일본의 정치권 안에서도 해양 방류가 아닌 고체화 처리에 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개진되고 있다고 한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한 불안은 소금 사재기뿐 아니라, 수산물 불안 그리고 식자재 안전이 보장되기 어려운 외식과 가공식품에 대한 것으로 이어져 모든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예측할 수 없는 불안과 공포 속에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외교와 정치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안전을 담보하는 일이다. 다양한 정보공개와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여 시민들의 지혜와 목소리를 모아내고, 오염수 방류에 대한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현주 원주생협 이사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