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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시의회에서 모 의원이 아카데미극장(이하, 극장)과 중앙시장 나동(이하, 중앙시장)을 비교하면서 똑같이 구조안전 진단결과 D등급을 받았는데, 왜 극장은 철거하고, 중앙시장은 리모델링을 하냐고 지적했다. 또 어느 문화전문기자는 극장복원 예상비용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들여서 원주감영을 복원했으니, 극장도 복원하자고 주장했다.
위 주장은 '중앙시장의 아픔'이라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 원주시민의 역린(逆鱗)을 건드렸고, '복원'과 '리모델링'의 개념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같은 D등급이기에 극장을 철거하려면 중앙시장도 철거하고, 중앙시장을 리모델링으로 안전등급을 올려 사용한다면 극장도 리모델링해 사용하자는 것이다. 과연, 한낱 폐업한 극장이 중앙시장과 원주감영과 비교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먼저 용어정리를 하면, '복원'은 건축물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고, '리모델링'은 기존의 건축물을 목적과 용도에 맞게 고쳐 새것처럼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재는 복원한다고 한다. 반면에 욕실이나 가구를 고쳐서 새것처럼 바꿀 때 욕실 리모델링, 가구 리모델링이라고 한다.
때문에 중앙시장은 리모델링이 맞다. 중앙시장은 지난 2019년 화재로 점포 108개가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4년 반이 흘렀지만 그대로이다. 전(前) 시정에서 3년 반, 현(現) 시정에서 1년…중앙시장 점포들이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방치하였던 것에 대하여 원주시정은 반성해야 한다. 원주시가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올바른 판단이다.
중앙시장 상인회도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재건축, 일부 시설의 보수·보강, 대기업에 매각하는 방안 등 여러가지 방법을 모색해 봤지만,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사유재산이기에 소유자가 책임지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다. 하지만 중앙시장 화재는 '시장'이라는 특수성과 '재난'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원주시)가 나서지 않으면 시장 상인들은 재기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원주시가 중앙시장을 리모델링해 시장을 살려보려고 하는데 느닷없이 극장철거와 비교해 중앙시장도 D등급이니 철거하라는 주장은 올바른 비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화재로 몇 년 동안 생계가 끊어져 힘든 중앙시장 상인들의 아픔과 눈물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러한 주장을 해서는 안되었다. 수많은 어려운 분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와 생계와 아무런 상관없는 폐허된 극장 문제를 비교한다는 것은 견강부회(牽强附會)보다 더 심하다.
원주감영은 복원이 맞다. 비록 전체를 복원하지는 못했지만 원주감영은 조선시대 감영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을만큼 훌륭하게 복원되었다. 만약 현대의 편리함을 생각해서 선화당(관찰사의 집무실) 바닥에 보일러를 설치하고, 입구에 자동문을 설치하였다면 어떠하였을까? 그것은 복원이 아닌 리모델링이다. 원주감영은 문화재이기에 리모델링이 아니라 복원을 한 것이다.
극장은 리모델링이 맞을까? 복원이 맞을까? 극장은 2006년 폐관 이후 10여년 방치된 낡은 건축물이다. 용역보고서에 의하면 극장을 영화관으로서의 기능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보다 새로운 기능의 문화시설로서 재생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문화재가 아니기에 리모델링을 건의하는 것이다. 극장보전을 주장하는 일부 단체가 극장이 문화재이기에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과는 상충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극장은 문화재가 아니기에 복원 대상이 아니고, 리모델링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극장은 철거가 맞다.
선거 때마다, 여·야 모두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는 공약을 한다. 그만큼 '시장'은 우리 삶의 일부이고, 주민 모두와 유·무형으로 연결되는 그 무엇이다. 그런데 주인도 팔아버린 한낱 폐허가 된 극장을 우리 시민의 생명과도 같은 소중한 중앙시장에 비교한단 말인가? 그것도 시민을 대표하는 원주시의회에서….
이공주 시민논객 wonjutoday@hanmail.net
"하루 8분만 해도 살 빠진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