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이례적으로 원주문화재단은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를 개최한 바 있다. 신임 대표이사 취임식을 겸한 행사는 강원도지사까지 참여하는 제법 큰 행사였지만, 사람을 불러 모으기 위해 실무자들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을까 하는 걱정과 젊은 문화예술인을 발견하기 어려워 아쉬움을 남긴 행사였다. 

 민선 8기가 시작되면서, 원주문화재단은 마치 비리의 온상인 양 소통 부재의 온상인 양 매도되며 변화가 예고되었고, 타 자치단체가 외부에서 문화예술인을 영입하여 전문성을 갖추고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 다양한 조건을 내걸고 있는 것과 달리, 정관까지 개정하며 시장이 대표이사를 임명하도록 했다. 그리고 우려했던 대로 내정설이 돌았던 인수위원 중 한 명이 선임되었고 5급 공무원을 사무처장으로 파견하였다.

 신임 대표이사가 지난 시장 선거에서 얼마나 큰 공을 세웠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신임 대표이사가 전문 문화예술인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사장과 대표이사가 상근하지 않는 조건에서 5급 공무원을 실무책임자인 사무처장으로 임명했다면, 자치단체가 문화재단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구조를 공고히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민선 8기 '문화의 새로운 변화'란 관치문화로의 회귀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춘천시의회는 최근, 춘천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방대한 사업과 시설을 분산해서 민간에게 위탁하라는 결정을 한 바 있다. 원주의 주요 문화사업을 원주문화재단으로 마구 모아가려는 원주시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과연 전문 문화 예술 경영인도 없이 점점 덩치가 커지는 원주문화재단이 제대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역량과 체계를 갖추었는지 냉철하게 들여다보자. 매년 100억 원 가까이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니 문화예술인과 원주시민이 관심을 가져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원주문화재단의 신임 대표이사 취임 후, 6개월여의 시간이 지났다. 원주시민들의 문화예술복지 향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원주문화재단의 현 상황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행정사무감사를 위해 요청한 자료에 의하면, 원주문화재단은 코로나19로 문화예술 활동에 제약이 많았던 2020~2022년 사업 대비 절반 이하로 축소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기존 사업도 예산구조화 작업이라는 명목 하에 사실상 관리가 힘든 사업들은 배제된 채, 벚꽃 버스킹 공연과 가정의 달 기념 기획공원 2차례를 진행한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사용 예산은 비슷하다면,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마당에 81개 실천과제를 수행할 문화도시 사업까지 맡게 되었다. 거기에 다른 시설 위탁운영까지 거론되고 있다. 

 원주시와 원주문화재단은 효율적인 운영과 관리를 위해서 원주문화재단 조직을 개편하면서, 청렴감사팀을 신설하였다. 원주문화재단 청렴감사팀이 행정사무감사에 제출한 목록을 검토하니 임직원 현황, 수행사업 현황 등 행정업무 파악 전반에 대한 업무 외엔 이렇다 할 업무가 없다. 직원들이 불법과 탈법을 저지를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이니 기존에 열심히 활동하고 있던 직원들의 사기를 떨구며 감시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 또한 너무나 당연하다.

 얼마 전 원주문화재단에서는 정치의 도구화를 거부한다 선언했다. 본 의원도 원주시민을 향한 문화복지에 대해선 여야가 없다 생각하고,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일 생각도 없다.

 결론적으로 원주문화재단은 코로나 시절보다도 적은 양의 사업 계획이 제출되며, 기존에 하고 있던 사업조차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행정팀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일을 팀장급 공무원까지 파견하며 재단을 감시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6개월간의 재단 운영 실태를 눈으로 마주한 결과 레지던트 실습생에게 메스를 쥐어준 것만 같은 우려를 낳았다.

 한편 원주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취임사에서 정당에 소속되지 않은 무당(無黨)으로 소신을 밝혔다. 소기의 성과는 달성한 듯 하다. 없을 무(無) 무리 당(黨). 직원들이 모래알처럼 뿔뿔이 흩어져 구심점을 잡고 있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손준기 원주시의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