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문화재단은 지난 4월 8일과 9일 판부면 금대리에서 벚꽃길 버스킹 행사를 열었다. 코로나19 이후 처음 개최되는 벚꽃 행사여서 많은 시민이 큰 기대를 했다. 그러나 정작 벚꽃은 볼 수 없었다. 벚꽃이 예상보다 일주일가량 일찍 만개했기 때문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 제천 청풍벚꽃축제장에서도 벚꽃은 볼 수 없었다. 청풍벚꽃축제는 올해 27주년을 맞았지만 개화 시기를 맞추지 못했다. 봄꽃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는 건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제는 기후변화라는 용어 대신 기후위기로 표현한다. 최저·최고기온은 해마다 경신되고, 열대야 일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올여름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 두려움이 앞선다. 기후위기를 온몸으로 체감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지금 추세가 이어진다면 미래 세대는 더욱 암울한 기후위기 상황에서 살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발전이 강력한 실행력을 담보해야 하는 이유이다. 지속가능발전은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미래 세대가 사용할 자원을 낭비하거나 여건을 저해하지 않고,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발전을 의미한다. 

 원주시는 지속가능발전 계획 수립에 선도적이었다.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이 제정되기 전 TF팀을 구성해 원주시 지속가능발전 계획 수립에 나섰다. 2040년을 목표로 하는 지속가능발전 기본 및 이행계획은 작년 1월 수립했고, 올 3월에는 원주시 지속가능발전 기본 조례를 제정·공포했다. 또한, 이달 중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구성하며, 연말에는 기본전략과 추진계획을 시민들에게 선포할 계획이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가기 위해 원주시가 발 빠른 행보에 나선 것이다. 

 다만 2040년을 목표로 하는 장기과제여서 자칫 요식 행위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주시 지속가능발전목표 세부사업 중 ▷물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개선방안 마련 ▷공유경제 활성화 제도 마련 ▷문화도시 조성사업 본사업 추진 등은 체계화된 성과지표 측정이 어려울 수 있다. ▷읍면동 1인 왕진의사 구축 ▷전 시민 주치의제 도입 기반 마련 등의 세부사업은 매우 어려운 과제여서 후 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도별 달성목표를 제시해 당위성이 부여돼야 구체화 될 수 있다. 

 원주시 지속가능발전목표와 중점과제, 세부사업, 성과지표 등이 향후 일관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박제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정권의 입맛대로 변질될 수 있어서다. 분야별 세부목표를 수립하는 과정에는 전문가 37명으로 구성된 시민숙의위원회가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18회에 걸쳐 숙의 과정을 진행했고, 이때 원주시 22개 관련 부서도 협업해 의견을 모은 만큼 기조가 바뀌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원주시 지속가능발전 기본전략과 추진계획이 사문화되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주요 사업계획 수립 시 지속가능발전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따져볼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