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나무 농가라면 반갑지 않을 소식입니다. 애써 가꾼 농장에 나타났다면 독한 농약을 써서라도 방제를 해야 하는 수목병입니다.

 원주교육문화관 맞은편 공원에 자라는 돌배나무에 지금 한창 발병하였습니다. 배나무 잎마다 뒷면에 뾰족한 돌기가 징그럽게 자라고 있어 만약 그 모습을 보게 된다면 인상을 찡그릴 수도 있을 겁니다.

 원주시 공원녹지과에서 이런 것도 방제 안 하고 뭐 하나 나무랄 수도 있겠지만 생각해보면 봄마다 사람들 많은 공원에 농약을 치는 게 더 해로울 수도 있겠지요.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주변의 향나무를 심지 않는 것이지만 이미 심어져 있는 향나무를 또 베어내는 게 옳은 일인지는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조선의 실학자 서유구는 이상하게 향나무가 있는 주변의 배나무에 이상한 병이 걸린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기록한 적도 있으니 과거 학자들의 눈썰미도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배나무붉은별무늬병은 녹병균의 한 종류로 겨울을 날 때는 향나무로 갔다가 살기 좋은 봄이 오면 배나무로 이사와 사는 진균의 한 종류입니다. 향나무에 있을 땐 향나무녹병이라고 합니다.

▲ 원주교육문화관 맞은편 공원에 있는 돌배나무가 붉은별무늬병에 걸려 보기 흉하다.

 마침 아이들이 많이 찾는 원주교육문화관이 근처에 있으니 오히려 자연의 신기한 생태의 한 단면을 알려주어 단지 흉측한 수목병으로 지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배나무잎의 뒷면에 별처럼 솟은 것들이 바로 녹병균의 녹포자퇴입니다. 그것을 붉은별무늬병이라고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