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5년 3월 15일 이승만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1야전군사령부 창설 1주년 기념식.

한동안 원주를 대표하는 도시 이미지는 군사도시였다. 영월이 고향인 필자도 그렇게 알고 있었고 강원도뿐만 아니라 서울 경기와 호서, 호남, 영남권 지역의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원주에 살고 있는 지역 사람들도 물론이다.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원주를 군사도시로 인식한 것은 원주에 주둔하고 있던 제1야전군사령부 때문이기도 했다. 창설 당시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야전군 사령부로 원주에는 예하 부대들이 많이 주둔하였고 휴일이면 외출 나온 군인들이 원주거리에 넘쳤으니 외형상 군인도시였다.     

"금세기에 일어난 소규모 전쟁 중 가장 혹독한 전쟁"이라고 평가 받기도 하는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을 맺고 전쟁을 멈추었다. 휴전협정 문서에는 북한과 중국 그리고 미국을 대표로 하는 유엔군 대표가 서명하였다. 전쟁 당사국 중 하나인 한국은 협정에 참가 하지 않았다. 휴전으로 포연은 멈추었지만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휴전협정을 체결하자마자 우리 정부는 군대를 재편하고 군사력을 증강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제1야전군사령부가 창설된다.        

제1야전군사령부가 창설된 것은 1953년 12월 15일 인제군 관대리 이다. 한국전쟁이 일어날 당시 10개 사단이었던 한국군은 전쟁 중인 1952년 11월 육군 제12·15사단을 양구에 창설하고, 1953년 11월까지 1년 동안 10개 사단을 창설하여 육군을 20개 사단으로 증편한다. 아울러 새롭게 창설된 부대들을 효율적으로 지휘하기 위해서 대한민국 최초의 제1야전군사령부를 창설하게 된다. 당시 제1야전군사령부는 전방지역 모두를 관할하는 단일 사령부였다. 그러나 인제에서 창설된 제1야전군사령부는 제대로 된 청사도 없이 그야말로 야전의 임시 건물에서 창설되었다. 

인제에서 창설된 제1야전군사령부는 원주로 이전 계획을 가지고 사령관이 근무하면서 휴전선 모든 지역의 부대를 지휘할 청사를 짓기 시작하여 1954년 7월 26일 건물이 완공되었다. 청사건물을 지은 것은 제1야전군 초대 사령관인 백선엽 장군이 주도하였다. 1920년 출생인 백선엽 장군은 30대 초반에 제1야전군사령관과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하였다. 제1야전군사령부는 새로운 청사를 짓고 3개월 후인 10월 27일 원주시 가현동으로 이전한다. 부대를 이전하고 이듬해인 1955년 3월 15일 제1야전군사령부 1주년 기념식에는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참석하였다. 

대한민국 최초의 야전군사령부 청사로 지어진 원주 가현동의 제1야전군사령부 건물은 사령관실과 참모장실, 작전, 정보, 군수, 인사 참모실, 부속실, 회의실, 당직실 등 모두 9개의 방으로 구획된 건물이었다. 1959년 기구가 확대되면서 부사령관실, 비서실, 전속부관실 등이 설치되었고, 기구 확대에 따라 건물 양쪽에 큰 방을 하나씩 증축하여 사령관실과 기밀실로 사용하게 된다. 한 차례의 증축으로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고 1969년까지 사령관이 주재하면서 제1야전군사령부 건물로 기능을 유지한다. 

그 후 1969년 3월 3일 주둔지 내에 새로운 청사를 신축하고 1954년 건축된 초대 제1야전군사령부 건물은 기념관으로 용도를 변경하고 2011년에는 전시 기능을 보강하여 제1야전군역사관으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역사관 내부에는 예하부대의 부대기와 수치, 역대 사령관의 군복, 지휘봉,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그야말로 우리군의 발전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으로 기능하고 있다.

제1군사령부 역사관 건물은 2017년 12월 원주 제1야전군사령부구청사(原州 第1野戰軍司令部 舊 廳舍)라는 이름으로 국가등록문화재 제703호로 지정된다. 초대 제1야전군사령부 청사 건물이 문화재로 등록되게 된 것은 한 군인의 노력 때문이었다. 2015년 당시 제1야전군사령부에 근무하던 대령이 필자를 방문하여 국방계획에 따라 제1야전군사령부와 제3야전군사령부를 통합하여 지상작전사령부를 신설하게 되면 원주에 있는 제1야전군사령부는 폐지될 계획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문제는 원주에 있는 제1야전군사령부가 지상작전사령부로 통합되어 청사를 용인으로 이전한 후 제1야전군사령부 역사관 건물 보존이었다. 필자를 방문한 대령은 용도를 다한 낡고 오래된 건물이라 군인들이 철거할 것이니 보존할 방법이 없겠냐고 물었다. 필자는 등록문화재 제도를 설명해 주었고 그 후 수차례에 걸쳐 현장을 방문하고, 건물을 지은 백선엽 장군을 면담하여 조사 보고서를 작성하여 2016년 10월 문화재청에 문화재 등록신청서를 제출하여 2017년 12월 문화재로 등록하게 되었다. 지금 아카데미 극장 보존과 철거 문제를 보면서 당시 필자가 만났던 대령을 떠올리게 된다. 

군부대 내에 있어 원주시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국가등록문화재 제703호로 지정된 원주 제1야전군사령부 구청사는 원주의 도시정체성을 간직한 건축물이다. 앞으로 원주시가 활용해야할 관광자원이 되길 바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박종수 전문기자(전 원주시 학예연구관)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