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시청에서 열린 '경제도시 원주 포럼'에선 원주시가 신규 산업단지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첨단산업을 유치해 중부 내륙 거점 경제도시로 육성하려면 그만큼의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기 때문. 산업용지가 부족한 상태에서 경제도시 건설은 어려운 일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산업단지가 부족해 원주 경제가 더디게 성장하고 있다는 주장은 현실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HL만도의 사례. 만도는 기존 내연기관 부품사업을 접고 첨단 자동차부품으로 주력사업을 전환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전기차나 수소차에 들어가는 무선 조향장치나 전기모터, V2L 등의 첨단 부품을 원주에서 만들 계획이다. 

그러나 원주엔 산업용지가 없는 상태.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 관련 시장 규모만 수조 원에 달할 텐데 원주가 이 시장을 적절하게 준비하지 못하는 것이다. 강원연구원 김석중 박사는 "HL만도는 무선조향장치, V2L 기술을 업체에 이전해주고 이들 업체가 부품을 생산해 만도에 납품하길 바라고 있다"며 "전제조건은 기업 유치인데 원주엔 유휴 산업용지가 없다"고 말했다. 

원주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내 10곳을 산업단지 후보지로 점찍어 놓은 상태다. 산업용지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점지한 후보지를 산업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것. 중·장기적으로 990만㎡(300만 평)에 달하는 산업용지를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추진하려면 산업단지 오·폐수 시설, 도로, 전기, 근로자 복지 시설 등의 부수 시설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산업단지를 만들다가는 기업유치는 물론, 첨단산업 육성에 실기(失機)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도시첨단산업단지가 떠오르고 있다. 낙후한 원도심을 산업단지로 조성하자는 것. 기업유치는 물론, 원도심 활성화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로 등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강원테크노파크 성조환 기업지원단장은 "전국적으로 인구 감소가 심각해 지자체마다 기업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다"면서 "그렇다고 너무 하드웨어(산업단지 조성) 구축에만 집중하면 나중에 미분양 사태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성 단장은 원주가 추진하는 디지털헬스케어, 이모빌리티 산업이 도시첨단산업단지에 알맞다고 했다. 반도체나 자동차산업은 큰 생산라인이 필요하지만,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은 대규모 인프라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 도시첨단산업단지는 건폐율, 용적률을 지자체 상황에 맞게 완화할 수 있어 구도심 발전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도내에는 국가산업단지 1개, 일반산업단지 25개, 도시첨단산업단지 6개, 농공단지 45개 등 77개의 산업단지가 구축되어 있다. 이들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은 2천23개로 지난해 전체 생산액은 9조8천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 강원특별자치도는 현재 10조 원에 불과한 산업단지 생산액을 42조8천억 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특별자치도 전환에 따라 지역내총생산액을 50조 원(2021년)애서 100조 원으로 올릴 요량인 것.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도내에 2천만㎡(600만 평) 규모의 산업단지가 추가로 조성되어야 한다.

춘천과 강릉에 각각 330만㎡, 원주·춘천·강릉을 제외한 15개 시군에 660만㎡의 산업단지를 확충해야 한다. 원주에서도 660만㎡의 산업용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석중 박사는 "GRDP 100조 원 달성 목표와 관련해 원주가 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적어도 10년 안에 200만 평의 산업용지를 만들어 GRDP 증진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