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원주 맛집에 가고 싶어요. 하지만 우리는 갈 수 있는 음식점이 제한돼 있습니다. 가고 싶어도 음식점에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7일 원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주최한 무장애 마을 조성을 위한 휠체어 이동체험에 참석한 휠체어 장애인의 소박한 바람이다. 

 원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은 올해 초 '지역사회 공존을 위한 장애 친화적 환경 조성'을 비전으로 설정하고, 1단계로 단구동과 반곡관설동 지역을 무장애 마을로 만들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휠체어 이동체험은 무장애 마을 만들기에 관심 있는 시민 70여 명이 참여해 단구동  1.7km를 휠체어로 이동하면서 휠체어 이동 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직접 체험했다. 

 무장애 마을 만들기는 이미 많은 지자체가 관심 갖고 있는 정책으로 조례를 제정해 추진하고 있다. 자치법규 정보시스템에서 검색하면 67개 기초 및 광역자치단체가 무장애 도시를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원주시는 무장애 관련 조례가 없다. 다행히 최근 안정민 시의원이 '유니버설 디자인 조례'를 발의했다고 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이다. 

 그러나 조례 제정만으로 무장애 도시가 될 순 없다. 원주시가 주요 정책으로 설정, 강력하게 추진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정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무장애에 대한 시민적 관심과 인식이다. 그런 점에서 장애인종합복지관이 추진하는 단구동, 반곡관설동 무장애 마을 만들기 사업은 무장애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무장애는 Barrier Free라는 개념에서 출발한 것으로 '장벽이 없는' 또는 '장애물이 없는'을 의미한다. 때문에 무장애 마을 만들기는 시민 누구나 이동하거나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단순히 물리적인 장벽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인식으로 인한 차별을 없애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장벽을 없애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물리적 장벽을 없애는 일은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이번 휠체어 체험에 참여한 시민들은 휠체어 장애인들이 얼마나 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실감했다. 특히 도로와 인도 사이 2.5cm의 턱은 턱이 아니라 장벽이었다. 혼자서는 그 턱을 넘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장애인들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턱이 휠체어 장애인에게는 커다란 장벽이었던 것이다. 뿐만아니라 혼자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장애 마을 만들기는 구호가 아니라 비장애인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2.5cm의 장벽을 제거하려는 구체적인 노력이어야 한다. 이와함께  사회적 차별 없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공감대 조성도 요구된다. 우선 단구동·반곡동 지역의 물리적 장벽을 없애는 것부터 시작하자.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정책을 입안하는 공무원과 정치인들이 2.5cm의 장벽을 직접 체험해 봤으면 한다. 그래야 어떻게 장벽을 허물어야 하는지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