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Zip(이하 꿀집)이란 이름처럼 왠지 달달한 꿀이 가득 차 있을 것 같은 이곳은 '원주시여자단기청소년쉼터 꿀집'입니다. 청소년쉼터는 청소년복지지원법 제31조에 의거해 설치된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복지시설로 몸과 마음이 지친 청소년들에게 편안하고 따뜻한 휴식을 제공하며 건강한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곳입니다. 

 원주에는 기존 민간에서 운영하던 여자단기청소년쉼터가 있었으나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지난해 폐업하고, 2023년부터 길터사회적협동조합이 원주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 중입니다.

 쉼터로 발령받기 전 저는 7년여 동안 학교 부적응 및 가정적 위기에 놓인 학생들이 기숙생활을 하며 위탁교육을 받는 원주가정형Wee센터 실무자로서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많은 청소년들을 만나왔습니다. 가장 빛나야 할 시기를 먼지처럼 살다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고 하는 아이들, 19살까지만 살겠다는 아이들, 나쁜 어른들에게 상처받은 아이들을 만나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참 많이 미안했습니다. 

 몰래 새벽에 가출을 하거나 담배를 피다 동네분들에게 걸려 야단을 맞거나, 자해·자살시도로 병원을 찾는 등 경찰을 부르고 병원 응급실을 밥먹듯 다녀야했던 시간들이 있었지만 긴 호흡으로 그들을 만나며 함께 뒹굴고 부딪히면서 그들에게 안전하고 따뜻한 비빌 언덕이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다행히도 진심이 통한 듯 그들의 삶의 변화가 생길 때 문득문득 찾아오고 전화를 하곤 합니다. 그 순간이 참으로 보람되고 힘이 되는 순간입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엄격한 규칙과 불편한 교통편, 가출 청소년에 대한 편견 등으로 청소년쉼터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가지고 이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 쉼터의 1호 입소 청소년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 꿀집은 정말 깬다!"입니다. 입소 전 가지고 있던 청소년쉼터에 대한 편견이 와장창 깨지는 곳이 바로 꿀집이었다는 것입니다.

 입소청소년 스스로 쉼터가 아닌 '우리집'이라고 표현하는 꿀집은 단순한 생활시설이 아닌 "잠도 꿀잠! 밥맛도 꿀맛! 일상도 꿀잼!"인 세상 어디에도 없는 달달한 우리들의 집이 되고자 상담사, 지도사, 사회복지사, 조리사 등으로 구성된 아홉명의 양봉꾼들이 오늘도 열심히 꿀을 모으고 있습니다.

 꿀집의 비전은 '청소년 스스로 힘을 키우는 쉼터'입니다.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찾고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기도 합니다. 꿀집은 단기 쉼터여서 최장 9개월까지 이용이 원칙이지만, 원주에는 최대 3년까지 이용할 수 있는 중장기 청소년쉼터가 없어 꿀집이 그 역할까지 제공할 계획입니다. 

 나태주의 시 '풀꽃'의 한 구절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야야 사랑스러운 존재가 우리가 만나게 될 청소년이라 생각합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깝고, 부서질까 염려되는 아까운 존재들! 그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오늘도 꿀집은 열심히 꿀을 모아갑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여자 청소년들아, 세상 어디에도 없는 달달한 우리들의 집 꿀Zip으로 쉬러 오렴!" 

 ▷위치: 강원도 원주시 남원로 469번길, 81 구곡청구아파트 102동 101호
 ▷문의: 761-7591(24시간 연중무휴)

이혜선 원주시여자단기청소년쉼터 소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