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강수 시장이 취임 후 가장 강조했던 것은 '경제'였다. 대기업 반도체공장 등 첨단산업을 유치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고 한 것. 다음으로 강조한 것은 '예산낭비 근절'이었다. 멀쩡한 인도를 허구한 날 뜯어고치는 행정이 아니라, 시민의 혈세를 적재적소에 사용하겠다고 다짐했다.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 극장 철거, 원주시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 보조금 지원 중단 등을 결정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원강수 시정에서도 예산낭비 사례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시청 경제진흥과에서 시민의 혈세가 줄줄 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천만 원을 투입해 만든 연구용역 결과물이 1년 넘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민간단체에서 예산을 헛되이 쓰면 사업비를 환수하듯, 원주시 스스로도 그에 걸맞은 조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주시는 지난 2021년 말 '원주시 사회적경제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했다. 사회적경제 기본조례에 근거해 중장기 육성계획을 만든 것. 그해 2월 용역을 발주했고 A연구원이 낙찰, 용역비로 8천828만 원을 지급받았다. 이후 A연구원은 원주시 사회적경제 육성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호혜·협력·상생으로 지속가능한 생명협동 공동체 원주 구현'이라는 비전 아래 추진전략 4개와 정책과제 16개를 발굴한 것.

▷원주시 사회적경제과 신설(2억 원) ▷금융지원체계 구축(23억2천만 원) ▷온라인 플랫폼 운영체계 확립(6억 원) ▷중간지원 조직간 연계(27억5천만 원) ▷사회적경제 부문별 성장 지원(156억2천만 원) ▷사회적경제 기업 주관교육 프로그램 운영(26억 원) 등을 대표 과제로 제시했다. 연구원은 이들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5년간 403억7천만 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용역 준공 후 1년 이상 지났지만 대부분 정책이 추진되지 않고 있다. 원주시가 사회적경제 육성을 위해 수년 전부터 진행한 사업들 즉, 원주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운영비 지원이나 사회적기업 일자리 창출 등의 계속사업만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전체 정책과제 열 중 아홉은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원주시 관계자는 "사회적경제 육성위원들이 종합발전계획을 보고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며 "종합발전계획 중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을 추려 사회적경제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 종합발전계획 내용 자체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많다. 금융지원체계 구축 과제는 5년 동안 23억2천만 원의 기금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사회적경제과 신설 또한 지자체장의 의지는 물론, 중앙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아야 추진 가능한 사안이다.

지역 사회적경제 관계자는 "금융지원체계 구축은 전국 다른 곳에서 만든 사례가 없고 실효성에도 의문"이라며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시민 참여를 확대하는 과제도 원주시정 전체를 아우르는 전자정부를 구축할 때나 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경제 종합발전계획에 '이러면 좋겠다' 정도의 내용을 대거 포함시켜 놨다"며 "실현 가능성을 따지거나 숙의를 거친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원주시는 발주한 용역 결과물에 오류가 있거나 정책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중간·최종용역보고회에서 보완을 요청하곤 한다. 그러나 해당 용역 과정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부족함에도 별다른 보완 지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원주시는 용역보고회를 비공개로 진행해 언론 등이 내용을 검토할 최소한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지역 사회적경제 관계자는 "생명협동교육관 위탁 사업에 부정이 발견됐을 때 원주시는 운영비 반납을 명하며 예산 낭비를 최소화했다"며 "원주시가 9천만 원을 들여 종합발전계획을 만들어 놓고도 활용하지 않았으니 전·현직 공무원에 구상권을 청구해 시민 혈세를 되돌려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