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란판, 플라스틱 물병 등 재활용품으로 만든 보호구를 활용해 재난대피훈련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

사회 각 분야에서 기후 위기와 환경 보존에 관심을 쏟고 있다. 미래 세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사단법인 한국숲유치원협회는 아이들이 자연이 살아 숨쉬는 숲에서 온몸으로 놀면서 자연만물과 교감하며 스스로 배우고 더불어 행복하게 자랄 수 있게 돕는 교육공동체이다. 

산림청으로부터 인가받은 사단법인 단체로 자연생태계 파괴와 생명위기를 가져온 산업문명의 최대 피해자인 아이들의 병든 몸과 마음을 자연에서 치유하고자 유아숲교육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숲유치원 활성화를 위해 숲유치원 원장·교사 연수, 숲유치원 교육프로그램 개발·보급, 한국형 숲유치원 정착을 위한 시범운영 지원 및 인증, 회원 상호 간 정보를 교류한다. 

원주에서는 2015년 분회가 설립된 이후 지난해까지 5개의 회원기관이 있었으나 올해 초 12곳까지 늘면서 숲유치원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시설 보육의 한계를 느낀 유아교육계는 교육 공간에 대한 관심을 자연으로 돌리고 있다. 

이영숙 원주분회장이 운영하는 국공립 유보라어린이집 원아들은 매일 야외 수업을 진행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아니라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항상 아파트 단지 내 정원을 활용해 자연을 관찰하고 계절의 변화를 몸소 체험한다. 이영숙 원장은 "숲과 자연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실이자 교재이고 교사가 된며"며 "야외에서 진행하는 생태교육을 통해 생명에 대한 존엄과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습득한다"고 말했다.

유아숲교육은 자연의 변화만큼 속도는 느리지만 분명한 성장을 보여준다. 책상 앞에 앉아 교재 속 숫자를 외우고 한글을 배우는 대신, 나뭇가지의 모양 속에서 자음과 모음을 찾고, 돌멩이 개수를 세면서 자연스럽게 숫자를 배운다. 놀이 과정에서 스스로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는 아이들은 배움의 과정 또한 높은 흥미를 갖고 열성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 주입식 교육이 아니기에 아동 간의 학습 격차도 크지 않다. 

특히, 자연의 가치와 소중함을 알리고 실생활 속 실천습관 형성을 위한 ESG 교육은 학부모들에게도 높은 호응을 얻는다. 만1세부터 5세까지 연령별로 ESG를 실천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은 휴지심과 플라스틱 물병, 우유팩 등을 활용한 수업은 물론, 잔반 남기지 않기, 전기 소등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반복 교육을 받는다.

▲ 유치원에 등원하는 아이들이 세척해 건조한 우유팩을 재활용품 보관함에 넣고 있다. 재활용품을 모으는 일은 학부모도 동참한다.

특히, 재활용품은 원아들에게 최고의 교구가 된다. 휴지심을 활용해 모빌을 만들고, 빈 패트병과 스티로폼 박스, 요구르트병은 다양한 장난감으로 변신한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대봉투도 아이들에게는 훌륭한 스케치북이다. 재활용품을 소비하고 모으는 과정에도 아이들이 함께 동참한다. 본인이 마신 우유나 요구르트를 직접 세척하면 교사들은 건조시키고 펴서 모으는 일을 맡는다. 재활용품을 모으는데는 학부모도 예외가 없다. 어린이집 현관에 설치된 재활용품 보관함에는 매일 아침 아이를 등원시키는 학부모들이 집에서 모은 우유팩과 플라스틱 물병을 가져다 넣는다.

이렇게 모은 재활용품은 교구는 물론, 아이들의 제안으로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최근 진행한 지진대피 훈련은 계란판를 보고 떠올린 원아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지진 시 계란판으로 머리를 보호하고 대피하자는 발상에서 시작한 대피훈련은 각자 재활용품으로 지진대피 도구를 만들고 직접 대피 훈련까지 하는 수업과정으로 이어졌다.

이 원장은 "재활용품을 활용한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전형적인 교구 대신 아이들의 다양한 창의력과 상상력으로 다채로운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점도 ESG 교육의 장점"이라고 전했다. 한국숲유치원협회 원주분회는 지역사회와 ESG 활동에 함께 동참하기 위해 지난해 명륜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온마을 기후위기대응 동행'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어린이집마다 모은 우유팩을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하고 휴지로 교환한 뒤 올 연말 불우이웃에 전달하기로 했다. 

한편, 한국숲유치원협회 원주분회는 지난달 16일 유아숲사랑단발대식을 갖고 환경 사랑 실천에 동참할 것을 선포하는 등 숲교육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을 독려하고 있다. ESG 교육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지역에서도 협회에 가입하려는 기관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 원장은 "지역에서 자연숲교육이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놀이터나 기반 시설 구축도 중요하다"며 "시민과 지자체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