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에 하얗게 보이는 부분이 벚나무 모시나방 유충이다. 이 유충은 길이가 3㎝ 정도이며 노란색을 띠고 있다.

소초면 장양리 주민들이 매일 이용하던 산책로가 노란 애벌레들로 뒤덮였다. 나뭇잎을 갉아먹는 유충들이 나뭇가지는 물론 산책로 바닥까지 기어다니자 주민들은 불편함과 혐오감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의 산책로를 장악한 곤충은 벚나무 모시나방이다. 나비목 알락나방과 곤충으로 30mm 크기의 노란색 유충은 4~6월 사이 활동한다. 벚나무류, 복숭아나무, 사과나무 등을 먹이식물로 이용하는데, 나뭇잎 전체를 갉아먹고 가지만 남겨 나무를 고사시키지는 않지만 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으로 분류하고 있다. 

벚나무 모시나방은 올해 소초면 장양6리 영진1차 아파트 인근 산책로에서 대발생했다. 하천 길을 따라 심은 벚꽃나무에는 수 백 마리의 애벌레들이 나뭇잎을 갉아먹거나 가지마다 길게 늘어져 있어 주민들의 통행을 방해한다. 나뭇잎을 다 갉아 먹고 바닥으로 떨어진 애벌레도 길가를 뒤덮고 있어 걸음을 내딛기 어려울 지경이다.

주민들은 봄부터 차츰 출몰하기 시작한 애벌레들이 지난주에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김광현 장양6리 이장은 "주민들이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하던 산책로인데 최근 애벌레 개체수도 크게 늘고 왕성한 먹이활동으로 눈에 띄게 커지면서 산책로를 이용하지 못할 지경까지 됐다"며 "이곳에 20년 넘게 살았지만 이렇게 많은 벌레들을 본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장양리와 함께 흥업면 자감교 인근 산책로에서도 벚나무 모시나방 유충들이 대발생하면서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원주시는 지난달 31일 두 곳에 긴급 방역활동을 실시했다. 하지만 장양리의 경우, 유충이 발생한 1㎞ 구간 중 350m 구간만 방역이 이뤄졌다. 인근 양봉농가가 있어 무리한 방역활동이 꿀벌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방역 이튿날 산책로를 확인한 주민들은 "어제 약을 쳤는데도 여전히 애벌레들이 싱싱하게 기어다니고 있다"며 "이 벌레들이 제대로 방역되지 않고 그대로 성장해 나방으로 날아다닐 생각을 하면 너무 무섭고 끔찍하다"고 우려했다.

원주시는 예상치 못한 벚나무 모시나방 유충 대발생에 꾸준한 방역활동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양봉 농가를 우려해 한 번에 강력한 해충 방역은 어렵지만 추이를 살피며 주기적으로 방역을 실시해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