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원주시에서 치악체육관 옆 동산에 있는 '치악의 종'을 종각과 함께 시청 옆으로 이전 검토한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치악의 종'을 제작하는데 주체가 되었던 원주권의 로타리클럽과는 전혀 논의가 없이 진행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치악의 종'은 1990년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성석환 국제로타리 강원도 총재 특별대표와 원제윤 북원로타리클럽 회장의 제안에 따라 종 제작비로 1억 원을 기탁하면서 추진되어 현재의 위치에 1994년 건립 준공되었는데 차제에 '치악의 종'이 건립되기까지에 로타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 배경을 소개하고자 한다.

 1990년 5월 국제로타리 373지구 (강원지구) 지구협의회를 치악체육관에서 개최할 당시 백완기 총재가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을 연사로 초청하여 행사에서 정주영 회장의 연설이 끝난 후 백완기 총재 주관 오찬을 개최하였는데 이 자리에서 '치악의 종' 제작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날 오찬 모임 참석자는 국제로타리 강원지구 백완기 총재를 비롯하여 현대그룹 명예회장 정주영, 문창모 전 총재 (문 이비인후과 병원장), 성석환 총재 특별대표(당시 원주신문사 회장), 원제윤 북원로타리클럽 회장(원주시 번영회장)과 박환주 원주시장, 이돈섭 원주군수, 그리고 수행원 등 10여 명이 금대리 들림집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치악의 종' 제작과 관련된 대화 내용들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원제윤: 왕 회장님. 원주에 오셨으니 기념으로 선물 하나쯤 주고 가시죠!
 정주영: 선물이라면 뭐가 있을까요?
 성석환: 원주는 치악산 상원사 꿩의 전설이 있는 보은의 도시입니다. 그럼에도 기념될만한 것이 없었는 데 이 기회에 회장님께서 원주에 전설의 '보은의 종'을 만들어 주시면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정주영: 좋은 생각인 것 같은데 종을 만들려면 돈이 얼마나 들어갈까요?
 원제윤: 1억 원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정주영: (비서에게) 메모 좀 해봐.

 '치악의 종' 만들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정주영 회장은 원주에 다녀간 지 한 달 후 제안자인 로타리클럽에는 한마디 말도 없이 원주시청으로 1억 원을 입금했다. 로타리 회원들은 돈이 들어오고 얼마 후 정주영 회장 비서실에서 문창모 총재님에게 "로타리에서 요청한 '보은의 종' 제작비 1억 원을 원주시청으로 입금했다"고 통보해줘 알게 되었다. 

 

▲ 지난 3월 1일 치악종각에서 3.1절 기념 타종행사를 하는 모습.

 종 제작비 1억 원을 지원받은 원주시는 1년 이상 가지고 있다가 1992년 로타리와는 협의도 없이 의원 5명과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 6명을 위원으로 하는 '시민의 종 건립 추진위원회'를 구성, 현재의 위치에 종각을 건립하기로 결정하고, 1994년 준공했다.

 '치악의 종'은 높이 2.7m, 지름 1.66m이며, 청동 2천 관(7.5톤)의 재료와 종 제작비 1억3천만 원, 종각 건립비 1억4천만 원, 계단 및 조경 사업비 4천400만 원 등 모두 3억1천400만 원이 투입됐다. 로타리에서 치악의 종 제작을 제안할 당시에는 제작비 일부를 로타리에서 부담할 생각이었는 데 시장과 일부 보좌진들이 자신들의 공적으로 만들기 위해 로타리를 완전히 배제시킨 것이다. 

 '치악의 종' 준공식에서는 문창모 총재, 백완기 총재, 원제윤 회장과 필자가 타종에 참여했고, 그 후로 필자는 매년 재야의 종 타종식, 3·1절 기념식, 광복절 기념식. 시민의 날 등 각종 기념일에 초청돼 타종에 참여했었는데 몇 해 전부터 연락이 없어 최근에는 타종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제 '치악의 종'을 옮기는 것은 몇 사람의 생각으로 이전할 것이 아니라 공론화해서 시민들의 뜻을 모아 실행하기를 기대해 본다.

성석환 국제로타리 강원지구 전 총재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