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습니다.

 혹한의 추위를 견뎌내고 맞이하는 봄은 우리에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앙상한 가지마다 꽃과 새싹을 피우는 봄을 보노라면 아름답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계절에 우리는 자연과 그리고 이웃과,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더 돌아보게 됩니다.

 일과사랑 이라는 이름으로 장애인직업재활을 시작한지 올해로 벌써 10년이 되었습니다. 30년 전 교통사고로 중도 장애인이 된 나에게 일은 삶 전부가 되어버린지 오래입니다. 원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15년간 직장인으로 근무하면서 장애인에게 일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함께 모여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시작한 직업재활은 모든 것이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밤새 인터넷을 뒤적이며 자료를 준비하고 법인을 만들고, 그렇게 또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일과사랑 보호작업장을 만들고, 안정된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원주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전 부지를 만들었으며, 2022년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기능보강 사업을 통해 일터를 새롭게 건립하고 이전했습니다.

 오늘의 일과사랑이 있기까지 수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특히 교통사고로 실의에 빠져 있는 나를 일상의 삶으로 돌아올 수 있게 만들어주신 원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서미혜 초대 관장님, 일과사랑의 일이라면 언제든지 달려와 도움을 주는 일과사랑 초대 원장이었던 전정란 '피어라풀꽃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님, 일터 근로인들과 희노애락을 함께하며 집안 살림을 꾸리는 한영남 사무국장님,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며 함께 일을 시작한 최영애 선생님과 진수 반장님, 종이컵 기계에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터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시는 장헌역 이사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물론 일과사랑과 함께해주시는 자원봉사자 여러분의 노고도 잊을 수 없습니다. 햇빛라이온스, 치악라이온스, 아이코리아, 적십자봉사단체 등 봉사자님 들과 어진한의원 배동주 원장님을 비롯한 많은 후원자 여러분의 따듯한 손길이 있었기에 우리는 이 일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새로운 시작입니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2022년 국가통계포털에 의하면 15세 이상 등록장애인 중 경제활동 인구는 38.1%이며, 장애인 상시근로자 비율은 1.5%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장애인이 직업을 갖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는 많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제로 중증장애인을 위한 직업재활시설의 존재는 더욱 절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과사랑은 단순히 직업재활 프로그램에 머무르지 않고 중증장애인들이 안정적인 직업 활동을 통해 소득이 일정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는 일터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직도 지역사회에서 장애인 관련시설을 꺼리는 것은 여전히 공공연한 현실입니다. 일과사랑은 동네가 아름다워지고 살기 좋은 마을이 될 수 있도록 나눔을 실천하며 모범이 되는 사회복지 시설이 되도록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 맞이할 내년 봄에는 좀 더 성숙해진 일과사랑을 생각하며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더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황용기 사단법인 빛과꿈터일과사랑 대표이사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