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5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원주시가 되어 달라”고 촉구했다.

제240회 원주시의회 임시회가 졸속과 파행으로 얼룩지고 말았다. 집행부인 원주시의 미숙한 업무처리와 시의회 여야 의원들 간 힘겨루기가 빚은 참상이란 비판이 나온다.

임시회가 개회한 19일 열린 제1차 본회의부터 파행했다. 빌미는 원주시에서 제공했다. 아카데미극장 철거를 골자로 하는 ‘시유재산 관리계획 변경안’을 원주시가 졸속으로 제출한 데서 사달이 났다. 원주시는 이번 임시회에 아카데미극장 철거비 3억 원과 철거 후 야외공연장·휴게쉼터·소공원 조성비 3억5천만 원 등 6억5천만 원을 상정했다.

문제는 이 같은 예산 편성에 앞서 시유재산 관리계획 변경안을 임시회 안건으로 우선 상정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아카데미극장의 용도와 목적이 변경되는 것이어서다. 이러한 절차적 착오를 뒤늦게 확인한 원주시는 임시회 개회 하루 전에서야 시유재산 관리계획 변경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이 같은 행정절차가 관련 법령을 위반한 건 아니지만 지침은 위배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사전 절차 없는 예산 편성은 위법한 것이고, 지방의회 권한과 원주시민의 의사결정권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반발하며 본회의 등원을 거부했고, 본회의에 상정된 결의안·건의안 채택과 5분 자유발언은 취소됐다.

파행은 다음 날에도 계속됐다. 상임위원회인 행정복지위원회, 산업경제위원회, 문화도시위원회 중 20일 열린 건 문도위뿐이었다. 행복위와 산경위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해 열지 못했다. 행복위와 산경위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4명으로 동수를 이루고 있어 상임위를 열 수 있는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국민의힘 4명, 더불어민주당 3명으로 구성된 문도위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불참에도 위원회를 열 수 있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만 출석한 상태에서 위원회가 열려 반쪽짜리 심의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1일부터는 3개 상임위에서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의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파행했다. 상임위에 출석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는 원강수 시정을 규탄한다’ 등의 문구를 적은 피켓을 회의장에 게시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피켓 시위가 정상적인 정치 행위라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상임위 운영과 무관한 정치 행위는 폭거라고 맞서며 25일까지 3개 상임위 모두 열리지 못했다. 피켓 시위로 인한 파행은 26일 시작된 예산결산특별위원회까지 이어졌다. 의회 본연의 임무인 집행부 견제와 감시 기능을 상실한 것이었다.

상임위 심의를 건너뛴 각종 의안과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은 오는 3일 열리는 제2차 본회의에 일괄 상정된다. 전체 의원이 출석한 가운데 의안과 예산안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사전 검증 절차가 누락된 상태로 본회의에 상정돼 의원들이 꼼꼼히 살필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단 하루 만에 모든 안건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시유재산 관리계획 변경안 등을 낱낱이 파헤치겠다고 벼르고 있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