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의 대가이자 한국 지성사의 꺼지지 않는 등불인 중천 김충열 선생의 전집이 완간됐다. 이를 기념해 선생의 육필 원고와 생활 유품 등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완간 기념전이 개최된다.

중천 선생 전집 간행은 그가 작고한 2008년 직후 제자들이 선생의 자료를 모아 정리하면서 시작됐다. 논문과 저서부터 한시, 에세이, 기고문까지 방대한 자료를 반 년 가까운 시간동안 정리하며 출간을 준비했으나, 워낙 많은 양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때문에 자료 리스트업을 마치고 잠시 접어두었던 사업은 2015년 중천철학도서관이 건립되면서 다시 본격화된다.

2016년 선생의 제자들과 학계 관계자, 중천철학도서관 시민 수강생 등 그의 뜻을 기리는 사람들이 모여 중천김충열전집 간행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리고 이듬해 중천철학재단과 원주시가  협약을 맺고 본격적인 전집 간행 사업에 돌입한다.

전집 발행을 위해 수집과 번역, 교열, 편집까지의 간행 전 과정은 간행위원회를 중심으로 중천철학재단이 맡았다. 학문의 깊이가 깊고 분야도 넓은 중천 선생의 자료는 동양철학 전체를 망라하고 있다. 유교는 물론 도가, 불교, 더 세분화해서는 한국 철학까지 전 분야에 걸친 그의 자료을 담아 15권의 전집으로 엮어 냈다. 

이번 전집은 중천 선생이 생전에 쓰신 논문과 저서, 강의록 등을 집성한 것으로 그의 내면 세계와 사유의 흔적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이를 통해 선생이 간직했던 시대 정신과 우환 의식을 엿볼 수 있으며, 당대 최고의 지성으로서 도달했던 학문적 성취를 살펴볼 수 있다.

▲ 15권으로 엮은 중천 김충열 선생 전집.

1권 '중국철학의 근본정신'은 중국국가박사학위논문인 '천인화해론'과 첫 저서 '시공여인생'을 정리해 담았다. 2·3권 '중국철학사강의' 상·하권은 중천 선생의 유작인 중국철학사로 관련 논문을 엮어 구성했다. 4·5권 '유가철학사상' 1·2는 주역, 중용, 대학의 철학사상과 유가 및 동양사상의 현대적 의미를 천명한 글을 실었다. 6·7권 '도가철학사상' 1·2는 중천 선생 사후 컴퓨터에서 발견된 장자철학에 관한 미완성 유고와 석사학위논문 주제인 왕필에 대한 글이 포함되어 의미가 각별하다.

8·9·10권 '한국유학사상' 1·2·3은 유학사상의 흐름을 조명한 책으로 고려시대 유학을 다룬 최초 저서 '고려유학사'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철학적 분석력이 돋보이는 조선 성리학과 중천 선생의 연구로 다시 재조명받게 된 남명학에 대해서도 정리했다. 11권 '중국근현대사상'은 모택동사상을 연구한 논저들을 엮었으며, 12권 '중천의 지성과 고뇌'는 칼럼과 언론 인터뷰, 기고문, 독후감, 인물평 등의 소품을 엮어 엄격한 지식인의 이면 속 따뜻한 감성을 품은 생활인으로서의 중천 선생 모습을 엿볼 수 있다.

13권 '중천 한시'는 한시 모임집으로 그가 남긴 415수의 한시를 6개의 주제로 나누어 실었다. 14권 '중천묵향'은 중천 선생의 서예 작품 모음집으로 선생의 삶과 철학적 세계관을 담은 대표작들이 실렸다. 마지막 15권 '중천의 삶과 학문'은 선생의 서거를 애도하는 추모글과 선생과의 인연을 복기한 회고문, 그의 학문세계를 조명한 제자와 후학의 논문을 엮은 추모집이다.

원주시는 전집 500부를 인쇄해 전국 공공기관과 대학 도서관에 배포·홍보할 예정이다. 중천철학재단 관계자는 "중천 선생 전집은 단순한 자료 집성의 차원을 넘어 한국 철학사의 거대한 흐름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중요한 좌표로 남게 됐다"며 "한국 철학계의 지성사적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을 확보하게 됐다"고 전했다.

오는 29일부터 6월 4일까지 원주시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기 공간에서는 중천김충렬전집 완간을 기념해 '중천의 삶과 철학: 시간, 공간 그리고 인생'을 주제로 전시회가 열린다. 행동하는 지성인으로서의 중천과 그의 중천정신(치악정신)을 조명하며, 중천 철학이 원주 시민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남기고 간 것을 느낄 수 있는 전시로 마련했다. 중천 선생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유품과 서예 작품, 그의 학문이 총망라된 중천 저작 및 전집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