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현재 3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중등학교 체육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정년을 2~3년 앞둔 지금, 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정부 당국은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사교육비 절감을 이유로 체육, 음악, 미술 등 예체능 교과목을 내신에서 제외하였다. 기초체력 향상과 정서 발달, 창의력 발달 등에 도움이 되는 예체능 교과목들을 비주요 과목으로 전락시키고, 형태만 바뀐 교육제도는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교권'은 낮아지고 '학생 인권'만이 강조되는 시대다 보니, 교단을 떠나려는 선생님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체육 교과 또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신에 들어가지도 않는데 점수는 알아서 주세요'라고 말하며 수업을 거부하는 아이들도 있으며, 체육수업에 참여하라고 하면 욕을 하거나 인상을 쓰며 싫은 기색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몸이 아파서 운동을 못 하겠다'라며 스탠드에 앉아 스마트폰만 매만지는 학생도 늘어나고 있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잔소리라도 하면, 학부모로부터 '네가 뭔데 우리 아이에게 잔소리하냐!'라며 전화가 오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예전 같으면 학생들로 가득할 운동장이 텅 비어있다.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하느라 움직이지 않아, 체력 저하와 현대병을 앓는 학생 수가 증가했다. 교육 당국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 

 예전엔 학교마다 '체력은 국력'이라는 표어가 대문짝만하게 쓰여 있을 만큼 체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시절이 있었다. 대학입시에서도 '체력검정'이라는 이름으로 20점이나 되는 점수를 부여했기 때문에, 아침 점심으로 담임선생님의 지시 아래 청소년기에 필요한 기초체력을 쌓을 수 있었다. 

 당시 체육의 중요성을 대변하는 정부정책과, '청소년기의 체력향상에 필요한 정책' 등이 모여, 경제력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위에 있던 일본을 '86년 아시안 게임'에서 처음으로 앞질렀다. 또한, 아시아에서 당당히 2위를 차지하며 국위를 선양하는데 한몫하였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는 당시 '탈 아시아'를 부르짖던 일본 정부가 선진국들의 체육 프로그램인 '사회체육 중심의 체육 정책'을 모방하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사회체육 중심의 체육 정책이 뿌리를 내리면 좋아지겠지'하는 믿음으로 꾸준히 추진했다.

 그러나 국제 대회 순위 싸움에서 '대한민국'에 자꾸 뒤처지는 것이 자존심이 상해서일까? 2000년대가 지나면서 '사회체육 중심'을 벗어나 다시 '엘리트 체육 중심의 체육 정책'으로 전환했고, 그 뒤 전세가 역전되었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나라 체육 정책은 모순되게도, 일본이 실패한 '통합형 사회체육 중심 정책'을 뒤따라가고 있다.

 통합 이전의 '아시안 게임' 및 '올림픽' 등의 국제경기에서 일본보다 한 수 우위에 있던 경기 결과가, 통합 이후 경기에서 일본보다 한 층 약화된 경기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그 증거가 될 텐데도, 꼭 '사회체육과 엘리트 체육 통합' 정책을 고수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아무리 시대가 바뀐다고 하더라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도 있으며, 신중하지 못한 급속한 변화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교육 분야만큼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학생 인권'만을 강조하는 작금의 교육정책은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인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민주시민 육성'에 절대 부합되지 않는다. 우리 문화와 정서, 특성을 가미한 신중한 정책을 펴야만 할 것이다.

안장현 원주시 펜싱협회 회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