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지정면에는 기업도시 경찰 지구대 앞에 새로 신축하는 샘마루도서관의 주차장 설치에 대한 주민들의 염려의 목소리가 모아지고 있다. 도서관을 짓는데 주차 대수가 12대로 설계되었고, 외부 공사가 마무리되어가고 있는 중,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서 공원 부지 1천 평 이상을 훼손하여 주차공간 100대로 변경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기업도시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단 협의회는 '기업도시 샘마루도서관 주차장 추가 설치 부지 재검토 요청' 공문을 원주시 담당 부서에 접수하였다고 한다. 또한, 공원 녹지 훼손하는 주차장 추가 설치에는 대부분의 주민이 반대하며, '도서관은 차보다는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여 안전하고 평화롭게 오래 머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의견에 지정면 주민자치위원회를 비롯한 다양한 주민단체의 동참이 이루어지고 있다.

 원주시에서는 주차장 확보와 설치를 위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만성적인 도심 주차난 해소를 위해 공원 지하 공간을 이용한 주차장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2022년 11월, 단계택지 장미공원과 무삼공원 지하주차장을 설치하고, 백간공원에는 지상으로 설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3개 공원에 주차장 175면 설치에 116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한,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주차장 추가 설치를 추진 중이고, 그것도 모자라 원주 도심의 단관극장의 역사와 상징으로 유일하게 남은 '아카데미극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도 주차장으로 활용하겠다고 한다. 주차장만 확보되면 모든 것이 해결되고, 원도심에 사람들이 모여 상권이 활성화될 거라는 단순한 문제 진단과 판단은 어디에 근거하는 것일까?

 단지, 주차장 확보를 위해, 원주가 가진 역사적 가치를 무시하고 흔적을 없애려 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원주시민 편의를 위해 '주차장 확보'를 시장 공약으로 내놓았더라도, 주민들의 의견수렴의 과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급하게 추진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통계청이 공개하는 원주시 통계 DB, 2021년 현황을 살펴보면, 원주 인구는 36만1천56명, 자동차 수는 18만5천530대이고, 그 중 자가용은 17만9천321대이다. 시민의 절반이 자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20세이하 시민과 노년층을 제외하면 성인 대부분이 자차를 이용한다고 예측되고 세대당 1.13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 

 2019년 주차장 수는 1만5천514이고, 주차면수는 18만4천229면이니, 통계적으로는 차량 대수만큼의 주차장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주차장 확보 논란이 되는 원도심(중앙동, 원인동, 일산동) 주차면은 8천606면으로 전체 차량 46.4%를 주차할 수 있고, 주거와 상업 지구로 대표적인 지역(단계동, 무실동, 단구동, 우산동, 반곡관설동)은 7만6천818면의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히 주차장 설치를 확대하는 것이 아닌, 그 원인을 잘 분석해야 할 것이다. 원주시의 정책 기조의 중심 가치와 지향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시민들에게 안내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생략되면, 주민과 행정의 갈등이 더 깊어질까 걱정이다. 내가 사는 작은 마을에도 집집마다 1인 1차량인 주민들이 꽤 있다. 출퇴근과 업무를 위해 자가용 이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원주에 사는 가장 큰 불편은 대중교통의 이용에 대한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자가용 없이도 대중교통 이용을 통해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합리적인 이용자중심의 대중교통 체계 구축과 버스노선 개편이 주차장 확보 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주민들의 시간대별 차량 주차 동향을 바탕으로 한 주차장 확보 계획, 아파트 단지나 공공기관의 주차장을 주 이용 시간 외에는 함께 공유하는 주차문화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고 민관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미, '원주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조례' 3조에 명시된 실태조사를 보다 꼼꼼히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주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주차장 설치계획이 만들어져야할 것이다.

 민주주의를 선출직으로 당선된 단체장에게 모든 권한과 결정권을 다 위임한 것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다양한 이해관계에 있는 주민들의 요구와 의견을 잘 담아내고, 공공성과 공익성을 토대로 시민들의 마음을 모아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더 늦기 전에, '틀림이 아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가진 목소리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도록 갈등을 조율하는 지혜'가 민주적 가치와 절차를 중시하는 성숙한 원주시의 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이현주 원주생협 이사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