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중 하나다. 특히 홀로 남은 독거 노인들에게는 당장 일상생활부터 막막해진다. 간단한 장보기부터 은행업무까지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모든 일들이 걱정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의사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치매 노인들을 돕기 위해 치매공공후견인사업이 있다.

치매공공후견인이란 치매관리법 제12조의3에 따라 인지 능력의 저하로 혼자서 사무를 처리하기 어려운 치매 노인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후견인을 선임하고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치매 진단을 받은 노인 중 자신의 권리를 대변해줄 가족이 없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을 우선 선정해 지원한다. 법원의 심사를 거쳐 피후견인으로 선정되면 후견인으로부터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의사 결정 관련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치매공공후견사업은 지난 2018년부터 시행됐지만 해당 사업으로 지원받는 대상자는 전국 270여 명으로 매우 저조하다. 원주에서도 피후견인 발굴에 어려움을 겪다 최근 제1호 치매공공후견사업 대상자를 발굴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80대 중반인 고령의 A 씨는 수 년 째 치매를 앓고 있다. 식사조차 스스로 챙기기 어려울 정도로 중증이지만 주변에 돌봐줄 가족이나 친인척이 없어 홀로 생활한다. 일주일에 한 두 번 요양보호사가 방문하지만 A 씨의 수발 대부분은 동네에서 오랫동안 함께 알고 지낸 지인이 대신하고 있다. 

A 씨의 사례발굴 역시 지인과 함께 병원에 치매 약을 처방받으러 갔다가 병원 측에서 치매안심센터로 사례를 연계해 치매공공후견사업으로까지 지원받게 됐다.

치매안심센터에서는 현장 방문을 통해 A 씨의 상황을 파악하고, 치매공공후견사업 피후견인으로 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후견인으로는 그녀를 오랫동안 보살펴온 지인을 추천했다. 치매를 앓는 A 씨에게 낯선 후견인보다는 A 씨에 대해 제일 잘 알고 있고 친숙한 지인이 적합하다는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법원에서 후견인 심사를 진행 중이며, 6월 중 적합 여부를 판정 받게 된다.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현재 요양보호소에 입소한 A 씨의 지인이 후견인으로 선정되면 추후 요양보호소 시설이용료와 간식비, 공과금 결제 등 일부 재산 관리와 보호소 면회 및 산책 등 사소한 일정까지도 돕는 봉사활동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며 "치매에 걸린 독거 어르신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라고 전했다. 

후견인은 별도의 자격제한은 없으나 치매질환에 대한 이해와 행정사무 처리 능력이 필요하다. 원주시는 후견인 양성사업으로 2명의 후견인을 양성해 피후견인 발굴에 대비하고 있으며, 후견인 활동비로 월 20만 원을 지원한다. 한편, 지난해 원주시 추정 치매 환자 수는 6천500여 명이다. 2023년 4월 기준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환자는 2천796명이며, 이들 중 726명이 독거 노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