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한도시한책읽기운동본부가 2023년 원주시민들이 함께 읽을 책으로 선정한 문경민 작가의 '훌훌' 표지.

한책읽기운동 20주년을 맞은 원주한도시한책읽기 운동본부가 2023년 원주 시민들이 함께 읽을 책으로 문경민 작가의 '훌훌(출판사 문학동네)'을 선정했다.  

원주한도시한책읽기 운동본부 도서선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3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40권의 후보 도서 중 11명의 도서선정위원들이 선택한 책은 입양을 소재로 한 청소년 소설 '훌훌'이다. 

소설 '훌훌'은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며 독립을 꿈꾸던 열여덞 살 유리가 주변의 사람들과 연결되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주인공 유리는 입양한 엄마로부터 버림받고 엄마의 아버지인 할아버지와 둘이서 데면데면 살아간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속사정은 학교나 친한 친구들에게도 밝히지 않는다. 대학만 가면 징글징글한 과거는 훌훌 털고 오롯이 혼자 살아가는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엄마의 사망소식과 함께 엄마의 아들인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 연우를 떠맡게 된다. 졸지에 온 몸이 상처투성이인 연우의 보호자가 되면서 유리의 진로 고민은 복잡해졌다. 떠나지 못할 이유가 생겼음에도 이상하게 가뿐함을 느끼면서 세 사람은 조금씩 서로에게 당연한 존재가 되어 간다.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훌훌'은 혈연이든 비혈연이든 마음의 한 토막을 기꺼이 내어 주게 되는존재가 가족임을 상기시킨다. 묻어두었던 감정과 외면해 왔던 과거를 직시함으로써 홀가분해지는 마음, 또 누군가와 이어지고 맞닿을수록 가붓해지는 어떤 마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입양 가정으로부터 지지를 얻는 소설을 쓰기 위해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를 다루면서 작가는 '누군가의 고통을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대상화하고 있지는 않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한 아이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결심한 입양 가족들의 마음에 깊숙이 가닿는 작품을 쓰기 위해 노력한 작가의 조심스러움이 작품에 정직하게 배어 있다.

문경민 작가는 2016년 중앙신인문학상에서 단편 소설 '곰씨의 동굴'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우투리 하나린'으로 2019년 제2회 다새쓰 방정환 문학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 고학년 장편 동화 '딸기 우유 공약', '우투리 하나린 1·2', 주니어 소설 '우리들이 개를 지키려는 이유', '용서할 수 있을까' 등을 썼다. 장편소설 '화이트 타운'으로 2021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다.

김부열 도서선정위원장은 "훌훌은 혈연이 아닌 이들이 모여 가족 구성원이 되어가는 과정을 여러 사건을 통해 전개해 나간다"며 "서로의 아픔을 회피하는 것이 아닌 이겨내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훌훌'의 의미를 보여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어린이들이 읽기 좋은 추천도서로는 오세나 작가의 그림책 '검정 토끼'를 선정했다. 토끼라는 상징을 통해 지구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대신 은유적이면서 아름다운 방식으로 그려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환경 문제를 그림으로 이해하기 쉽게 전달한다.

한편, 원주한도시한책읽기운동본부는 독서운동 20주년을 맞아 다양한 독서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4월 초 선포식을 시작으로 북콘서트, 독후활동 외에도 시민들이 선정도서와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