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카데미극장 보존을 찬성하는 '아카데미의 친구들'이 지난 7일 원주시에 시정토론 청구 서명부를 전달했다.

아카데미극장을 두고 보존과 철거를 주장하는 의견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공론화하기 위한 '시정정책 토론회'가 제안됐다. 아카데미극장의 보존과 재생을 원하는 시민들의 모임인 '아카데미의 친구들'은 지난 7일 원주시에 '시정정책 토론'을 청구하는 시민 250여 명의 서명부를 전달했다. 

시정정책 토론 청구는 '원주시 주민참여 등에 관한 기본조례' 제11조 시정토론 청구에 의한 것으로 시에서 추진하는 정책 사업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이의 타당성에 대한 토론회나 공청회 등을 시장에게 청구할 수 있는 제도이다. 강원도에서는 원주에서 처음으로 시정정책 토론을 청구했다. 

'아카데미의 친구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작년 8월 인수위의 사업 중단 권고 이후 아카데미극장 재생을 원하는 시민과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대화와 논의를 요청해 왔지만 지난 6개월 간 누구에게도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며 "어려운 과정이지만 토론을 통해 각자의 의견을 확인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잘못된 사실의 재생산과 근거 없는 비방을 멈추고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찬성 진영에서는 이번 토론회가 단순 일회성 토론이 아닌 정확한 사실 관계와 공정한 과정을 바탕으로 성숙한 시민들이 진행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전문가 포럼, 시민 공청회, 쌍방 토론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토론회가 될 수 있도록 원주시에서 설계해주길 기대했다. 

조례에 따르면 이번 시정토론 청구에 대해 원주시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개월 이내 응해야 한다. 그러나 시정토론 청구서명부를 접수한 원주시 문화예술과는 이날 오후 시정토론 청구 신청 서류에 대해 보완을 요청했다.

조례에 명시된 시정정책토론 청구는 '선거권이 있는 주민 200명 이상의 연서로 토론 청구인 대표가 청구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나 제출된 자료에서는 선거권 유무를 확인할 수 없어 개인 정보를 추가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카데미의 친구들 측은 "광명시 정책토론 서명부를 참고해 기획예산과와 협의를 거쳐 서명부를 작성하고 서명운동을 진행했다"며 "개인정보 요구를 이유로 보완 요청을 내린 원주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시정토론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시장상권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기 위해 관련 전문가를 비롯해 시민, 중앙동 상인회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아카데미극장 활용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 아카데미극장 보존을 반대하는 원주풍물시장상인회 등이 8일 극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한편, 아카데미극장 보존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원주풍물시장상인회와 중·평동상인회, 범자유시민연합회, 원주시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8일 아카데미극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극장 철거를 요청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근대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지도 못하고 안전진단 심사에서도 위험 평가를 받은 아카데미 극장을 원주시가 철거하길 요청한다"며 "대신 그 자리에 전통시장을 살릴 수 있는 용도를 고민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