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구동 석경사 인근 생명협동교육관. 오는 4월부터 운영이 중단될 예정이다.

50억 원 가까운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 행구동 생명협동교육관이 오는 4월부터 운영을 중단한다. 운영하지 않더라도 건물 유지·관리비는 투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생명협동교육관은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의 웰딩콘텔을 원주시에 매입해 리모델링 한 시설이다. 웰딩콘텔은 민간사업자가 20년가량 숙박업소로 사용한 건물이었다. 원주시는 웰딩콘텔을 리모델링 한 뒤 인근에 조성 중이었던 원주 얼 광장을 찾는 외지인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 2014년 12억5천만 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당시 원주시의회는 건물이 노후한 데다 게스트하우스 운영 시 제대로 활용될지 의문이라며 리모델링을 반대해 게스트하우스 조성사업은 무산됐다. 이후 4년간 시유재산이 방치되다 2018년 생명협동교육관으로 용도를 변경하고,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리모델링 및 증축비용으로 35억 원이 투입돼 매입비까지 포함하면 47억5천만 원이 들었다. 게스트하우스인 객실 18실과 교육장, 회의실, 카페, 사무실 등을 갖췄다. 이어 원주시는 생명협동교육관 운영과 시설을 관리할 위탁기관을 공모했으며, ‘사단법인 무위당사람들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원주시는 2021년 9월부터 3년 계약을 맺고 위탁운영을 맡겼으며, 위탁운영비로 연간 5억3천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작년 9월 보조금 정산 과정에서 횡령이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했고,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결과 강의료 부정 지출, 물품 허위 구입, 직원 허위 채용 등의 정황을 발견한 원주시는 (사)무위당사람들 컨소시엄을 경찰에 고발했고,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관련 기사 1월 30일자 2면) 또한, 원주시는 위탁 계약을 오는 3월 말로 해지하기로 했다.

문제는 새로운 위탁운영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생명협동교육관이 특화된 시설이어서다. 원주시는 올해 안으로 새 위탁운영자를 선정해 내년부터 운영을 재개할 방침이다. 내년 1월 다시 문을 열더라도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 생명협동교육관이 9개월간 방치되는 셈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생명협동교육관의 위상에도 흠집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명협동교육관은 무위당 장일순 선생(1928∼1994년)의 생명 사상과 협동조합운동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조성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무위당 선생의 생명·협동 정신을 배우기 위해 전국에서 연간 1만5천 명가량 원주를 방문했었다.

생명 사상과 협동조합운동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사회적경제를 통한 산업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만든 게 생명협동교육관이었다. 이에 대해 원주시 관계자는 “하루속히 운영을 재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