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과 나눈 대화이다. '신문에 행복버스킹 사업자를 모집한대', '누가?', '시청 문화예술과에서 하는 것 같던데?…', '그래? 그런 건 잘하는 것 같네…', '그런데 사업비가 떨어지면 버스킹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지?', '아마 자체적으로 하기에는 쉽지 않겠지…. 자발적인 버스커 몇몇 빼고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겠지', '그러면 지속성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되지?', '버스커들을 서로 연결해 주고, 이들 스스로 운영자가 되도록 주체를 세워서 하면 혹시 될려나? 그런데 중요한 건 경험있는 버스커나 모임의 주체가 편향되지 않게 운영하면서 서로의 경험을 주고받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봐…'

 문화예술활동의 주체는 누구일까? 상식적인 질문이고 그 해답에 대해 의심할 바도 없는 문제이지만 이 문제는 문화예술 현장에서는 매번 일어나는 일이고, 이 일로 인해 문화예술의 지속성과 그 역동성, 창조성이 담보되는지를 결정짓게 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물론 필자의 생각이 전적으로 맞다고 할 수 없다. 다만 문화예술의 영역에서, 또 사회적 활동의 영역에서 듣거나 습득된 생각이기에 재론해 보고자 한다. 

 행정학을 잘 알지도 못하지만, 어떤 강의를 통해 들었던 내용이다. 과거의 행정과 현재의 행정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난 시기의 행정은 공급자의 역할이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복지의 예를 들었다. 과거 사회복지영역은 행정이 정책을 결정하고 그에 따라 복지영역을 개발하여 나름의 방향으로 사업을 운영할 주체를 모으기도 하고, 직접 시설을 짓고 운영까지 하는 일을 하였다.

 그런데 현재는 시대가 변하고 수많은 특수한 사례와 계층적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행정이 그 모든 일을 책임지기에는 현실적으로 중과부적인 상황이다. 도리어 필요성을 느끼는 주체들이 나름의 틀을 만들어 사업을 역으로 제안하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행정과 함께 거버넌스체계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행정이 공급자의 역할에서 지원자, 보조자의 역할로 변화되고 있고, 어떤 영역에서는 이미 지원자, 보조자의 역할이 주된 사업의 방식이라는 내용이었다.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중간자, 중간지원조직은 어떨까? 중간지원 조직이 무엇이지? 어떤 게 있지? 라는 의문에 답을 달아보면, 크게는 원주문화재단일 수 있고,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 같은 지원센터나 몇 개밖에 없는 문화의 집일 수도 있겠다. 문화기획사(자)나 문화예술단체도 부분적으로는 이 영역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정책을 수집하고 발굴하거나 때로는 수립하여 행정에 제안한다. 어떤 때는 행정이 제안하는 사업의 수행 주체로 나서서 공연자, 창작자를 모으고 그 사업을 운영하기도 한다. 현재 다양한 영역에서 중간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지점을 가져가고 있다.

 예술가는 본질적으로 창작과 그 창작물의 소통에 중심을 두는 이들이다. 그렇지만 주변 여건은 창작자의 창작주제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지 않는다. 창작의 과제는 여전히 예술가의 몫으로 오롯이 남는다. 다만 이들이 사업의 주체가 되지 않고 행사의 참여자로 남으면 그 활동은 단순히 보여주기식으로 끝나는 게 다반사다. 지역의 축제가 수없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현실이 이를 대변한다.

 요즈음 필자가 주되게 활동하고 있는 중앙동도시재생사업에 비슷한 일이 있다. 중간지원조직인 현장지원센터에서 버스커를 모아 버스킹을 진행하기도 하고, 주민기자단을 모아 소식지를 발간하는 사업도 한다. 고민되는 것은 중앙동 도시재생 사업이 끝나고 중간조직이 해체되고 나면 버스킹에 참여한 공연자나 주민기자들이 자발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까? 결과는 희망적이지 않을 듯하다.

 이럴 때 중간조직의 활동가는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해야 할까? 사업비를 지원받아 운영하는 주체인 활동가는 중간조직의 위상이 그렇듯 매개자의 역할을 충실히 할 필요가 있다. 사업을 기획하고, 사업비를 조성하고, 버스커나 시민기자단을 모집하지만 그 운영 방식은 공연자나 참가자가 활동의 주체가 되도록 지원하고 중심역할을 세우는 것에 집중하여야 한다.

 버스커를 모아 자체적인 모임을 만들고 스스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시민기자단을 단순 기자로 두지 말고 이들이 편집권을 가지는 주체로 세워 스스로 활동하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행정적 지원이나 실무적 지원을 해야 한다. 

 돌아와 보니 창작의 주체는 예술가이지만, 문화예술활동의 주체는 특정 기관이나 개인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보면 행정이나 중간조직, 공연자 모두가 주체인 것이 정답일 듯 싶다. 창작자인 예술가가 공연기획자가 아닌 것처럼, 중간조직이나 기획자가 창작이나 공연하지 못하는 것처럼, 행정도 혼자서는 일을 할 수 없다.

 다만 전체적 방향은 참여자 모두가 피동적 대상으로 전락되지 않고 서로가 주체라는 인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여 나갔으면 한다. 예술가나 참여자, 주민이 단순히 사업비를 소비하는 대상이나 축제에 동원되는 대상이 아니라 이들이 사업의 주체, 축제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사업 방향을 정할 필요가 있다.

이상훈 중앙동도시재생주민협의체 운영위원  wonjutoday@hanmail.net